시사저널을 국민 품으로!
편집위원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07.01.24 15:36:31
시사저널이 끝내 직장폐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지난 8개월간 지속된 시사저널 사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과연 21세기에 대한민국의 언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맞는가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다.
시사저널 경영진은 지난 22일 직장폐쇄 조치가 있기 불과 2시간 전에 이를 노조에 통보했다. 지방으로 모꼬지를 가려던 노조원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8개월동안 회사측이 보여줬던 비상식적인 행태는 직장을 폐쇄하는 날까지도 하나도 변한게 없었다. 노조는 긴급 기자회견에서 “노조가 시설물을 점거하거나 파손한 것도 아니고, 파업기간 동안 편집국에 대기하면서 대화를 촉구했을 뿐인데 직장폐쇄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 노조는 대화를 위해 인내하고 노력했다. 지난 5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서, 안철흥 노조위원장(전국언론노조 시사저널 분회장)은 “전면파업까지는 피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기자가 펜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한숨지었다. 따지고 보면, 시사저널 사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고, 이것이 사태를 키우는 불씨가 됐다.
곰곰이 되짚어 보자. 지난해 6월 19일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은 이학수 삼성 부회장 관련 기사를 편집국장에게 알리지 않고 인쇄소에서 삭제했다. 편집국장은 마땅히 항의성 사표를 냈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수리했다. 이런 상황을 팔짱끼고 지켜만 보고 있을 기자들이 있겠는가. 만약 그랬다면 기자들은 사회적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기자들의 행동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런데 사측은 기자들을 향해 무기정직, 대기발령 따위의 징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
칼날은 바깥으로도 향했다. 시사저널 사태를 보도한 한겨레21, 오마이뉴스, 기자협회보 등에 걸핏하면 내용증명이나 소송 등으로 압박했다. 또 정일용 기자협회장, 최민희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서명숙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 등 시사저널 사태를 비판한 인사들에게 민사소송 따위를 제기하며 재갈을 물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에 아랑곳없이 시사저널 기자들을 지지하는 지식인과 시민들은 줄을 이었다.
회사측의 몰상식은 한국언론사 전대미문의 ‘짝퉁 시사저널’ 발간으로 극에 달했다. 17년간 시사저널을 봐온 독자들이 이 유령같은 잡지를 받아들고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비상식은 착각에서 비롯된다. 회사측은 이미 재벌 앞에 무릎을 꿇은 자신들을 향해 독자들이 박수라도 쳐주리라 기대했던 모양이다. 시사저널이 왜 17년 동안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는지 정말 모르고 한 행동일까?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시사저널에 대해 “삼성과 재벌에 대해 속시원하게 쓸 수 있는 매체”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시사저널의 정체성이고, 1989년 창간 이래 ‘정론’으로 불린 근거다.
아무리 자본이 노동을 지배하는 세상이라지만, 언론인의 저항정신까지 지배할 수는 없다. 시사저널은 자본의 소유물이 아니다. 독자와 국민들의 것이고, 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기자들의 몫이다. 금창태 사장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대화에 나서지도 않고 직원들을 쫓아내려거든 시사저널에서 손을 떼시라. 어쩌면 그 방법이 모든 사태를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상기 회장은 여론을 받아들여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려면 시사저널의 정체성에 맞는 새 선장을 앉혀야 한다. 그것이 못마땅하다면 시사저널에서 손을 떼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