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파국 "대화로 풀어라"

작년 6월부터 시작된 시사저널 사태가 올 해 들어와 급전직하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이학수 삼성 부회장의 내부 인맥 구축에 관한 기사를 일방적으로 뺀 사건에서 시작한 시사저널 사태는 급기야 대체인력으로 제작된 시사저널(899, 900호)이 잇달아 발행되는 파행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오랜 기간 이 잡지의 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온 전·현직 기자들의 실망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취재기자들의 이름이 완전히 사라진 시사저널의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이 회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짐작할 것이다.

이번에 시사저널 경영진은 편집권 수호를 외치는 파업 기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대체인력을 투입해 간행물을 만듦으로써 17년간 꾸준히 계속돼 온 이 시사 주간지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용자측에 서 있는 금창태 사장과 심상기 회장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들을 볼 때 그들은 기자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하려는 방침을 가진 듯하다. 회사측이 작년 12월초 언론계 출신들로 구성된 10여명의 비상근 편집위원들을 발령한 것이 바로 그 반증이다. 중앙일보-삼성-고대 등 인연으로 금사장과 연결된 중견·고참 언론인들이 후배 기자들의 투쟁을 압박하는데 동원돼 일하는 모습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아울러 이런 식의 대체 인력 투입이 합법적인지도 심히 의심된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편집권에 대한 문제이다. 삼성관련 기사를 다룬 보도물을 경영진이 삭제한 것은 명백한 편집권 침해이다.

경영자는 마치 간행물을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생각해 기사의 편집 과정에 일방적으로 개입하거나 전권을 행사하는 것을 자신의 권리인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시사저널이 변칙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제작은 시사저널 전체에 타격을 줄 것이다. 진품 제작이 아닌 짝퉁 제작은 이 잡지의 구독자들을 우롱하는 일이 될 것이며, 독자들은 이번 사태를 보고 이 잡지에서 등을 돌릴 수도 있다.

시사저널 경영진은 대체인력을 통한 발행을 계기로 충성스런 독자들을 배신하면서까지 충돌을 계속해야 할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경영진은 마음을 비우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심상기 회장과 금창태 사장은 당장 파행적 시사저널 발행을 멈추고 노조와 다시 만나 회사의 장래를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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