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언론인 토론회에 거는 기대

60여년 만에 남북 언론인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이번 모임은 남북 분단이후인 1948년 남북연석회의 당시 전조선 기자대회가 열린 이후로 처음이라고 한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남과 북의 언론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남북언론인 토론회를 올해안에 개최키로 중국 선양에서 합의했다. 아직 평양이나 금강산에서 할지, 참석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는 더 논의해야지만 여하튼 남과 북의 기자들이 이 ‘난국’에 서로 얼굴을 맞대고 모임을 갖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역사적 6·15 선언 이후 그간 숱한 정부 당국간 대화는 물론 봇물 같은 남북 민간 교류가 있었지만 정작 언론분야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보도를 자제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교류가 없었다.

남북 언론간의 교류가 소원한 데 대한 어느 정도의 실마리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8·15민족대축전 당시 북측 언론분과 대표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북측 대표는 “아직도 민족문제와 통일문제 해결에 저해되는 말을 하는 남측 언론인들이 없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북측 대표는 그러나 “뿌리 깊은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면서 “통일은 절대 저절로 오지 않으며 우리(남북)의 실정과 의사, 요구에 맞게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뤄야한다”고 말했다.

남과 북 언론은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합의된 사항도 있지만 정작 지금까지 머리를 맞대고 만나기도 힘들었다.

따라서 이번 남북 언론인 토론회는 남북 기자들 사이에 항시적 소통 공간을 마련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국내의 한 일본 특파원은 최근 북한을 제대로 알려면 일단 기자끼리 접촉하고 만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기자의 역할상 남북 국민(인민)간의 눈과 귀가 만난다는데 그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 준비설이 나돌아 정부간 접촉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교류마저 대부분 악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성사된 것이어서 더욱 뜻깊다.

아울러 미국의 AP와 일본의 교도 통신이 평양에 진출한 마당에 남북 언론이 서로 뜻을 합쳐 진정한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

다만 북측은 그 사회주의 체제상 언론이 공식 입장만을 대변하는 데 비해 남한은 일부 북측에서 불만시할 수 있는 다양한 여론의 스펙트럼이 있다는 점을 서로간의 교류에 있어 배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이번 만남이 과거의 사례들에 비춰 봤을 때 과연 허심탄회한 만남의 장이 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하나의 일회성 이벤트나 북측의 대외적 선전용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사전에 토론의제의 치밀한 조율과 함께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언론 교류 성과물을 내놓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모처럼 성사된 자리에서 남북 기자들이 어깨동무하며 한반도의 민족적 난국을 돌파하고 통일의 디딤돌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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