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에 당하거나 생포하거나

미래는 두렵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예측하지 않고 현재 상태 셈법으로 따지고 있는 자에겐 미래는 ‘괴물’로 다가온다. 미디어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매스미디어의 변신과 융합 방향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미디어의 미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보폭이 크다는 것만 예측가능하다. 언론종사자는 이제 자기 자신에게서가 아니라 미디어 소비자를 주시해야 한다.



한때 포털은 ‘괴물’이라고 불렸다. 네티즌 가운데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읽는 사람이 90%이고, 언론사닷컴 등 뉴스사이트로 보는 사람은 7%에 불과하다. 언론사닷컴과 종이신문은 비명을 질렀다. 위기의 급물살에 그 누구도 속 시원한 솔루션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정 포털의 뉴스코너의 1일 페이지뷰는 1억건이 넘는데 반해 1위 신문사닷컴은 겨우 1천만건 정도라고 한다. 세상이 변했다. 포털은 괴물이 아니라 미디어의 일상 토대이자 기초환경이 되었다. 기존 미디어의 생존조건 따지기는 인터넷 포털의 융합성을 기본 전제로 삼은 후 생존가능성 논의를 출발시켜야 할 정도이다. 저널리스트들은 이제 ‘무엇 무엇은 안 되고 억눌러야 한다’는 네거티브적 사고방식에서 ‘무엇 무엇을 전제로 하고 융합해야 한다’는 유연한 포지티브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뉴스 수용자들이 일어선다. 전통적으로 뉴스생산업자가 취재 편집하여 전달한 뉴스상품을 소비만 하던 개인들이 ‘봉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기사도 쓰고 동영상도 스스로 만들고 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User Created Contents)’의 시대는 대세로 접어들었다. 콘텐츠만 좋다면 UCC시장은 넘쳐날 것이며 수익모델 창출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양극구조는 사라지고 생산 유통 소비 재생산 역류가 동시에 상호침투한다. 뉴스 정보물류는 다층적이고 동시 발생적이다.



한국처럼 디지털 인프라가 선도적인 환경에서 재래식 의제설정 방식과 겉핥기 뉴스만들기는 해당미디어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미 미디어의 물적 토대에선 유무선의 경계가 사라지고 통신 방송의 융합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신문사 방송사 포털 3자는 수용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근접하기 위해 맞춤형 콘텐츠 확보에 심혈을 쏟고 있다. 뉴스정보 소비자에게 인정받는 유비쿼터스 플랫폼이 되기 위한 매체 안팎의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폭발 직전이다.



2006년 상반기 한국 미디어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신문법 관련 헌재 결정을 놓고 지지-비판 세력간 힘겨루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일부 종합일간지 신문사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조직 통폐합에 바쁘다. 황금알을 낳던 지상파의 광고시장도 축소추세다. 신문의 구독율은 여전히 하향곡선이다. 그 와중에 주요 신문의 점유율은 더 커지고 있다. 군소 신문사들의 매출은 수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진지 이미 오래다. 한미 FTA 논의에서 잠시 유보되었지만 방송시장 방송광고시장 방송통신융합서비스시장 개방문제는 언제든지 대외현안으로 다가올 것이다. 신문시장인들 영원히 예외일까. 영어시장이 늘어날수록 모국어 위주 신문 시장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젊은 수용자들을 겨냥한 싱싱한 매체는 언제든지 꿈틀거릴 것이다.



준비된 자에게 미래는 괴물이 아니다. 미래는 테스트베드일 뿐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니셔티브를 장악해가는 시장개척의 시간대일 것이다. 이제 기존의 매출구조 재래식 모델에만 매달려 머리를 싸매고 있다면 전면적으로 되돌아 볼 일이다. 첨단 디지털 인프라의 정점에서 뉴스정보 소비자의 취향과 소비패턴을 재규정해야 할 것이다. 인문주의적 향기와 깊은 시대성찰에 경쟁력이 있다면 틈새를 찾아 자기만의 독자적 미디어 시장을 구축할 일이다. 수용자가 기쁘게 참여하고 미디어의 리더십이 독특하게 열려있다면 살아남을 것이다. 국익을 직시하고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아젠다로 문제제기 한다면 시대를 이끌 것이다. 타 매체가 흉내 내지 못하는 기획적 프리미엄급 뉴스 시리즈가 있다면 뉴스시장에서 큰소리치며 판매할 것이다. 한국의 크고 작은 언론사들은 이제 ‘미래경영’에 들어섰다. 그리고 시험당할 것이다. 삭풍이 몰아치는 존폐가 엇갈릴 것이다. 괴물에 당하거나 괴물을 생포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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