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보도 이대로는 안된다

언론이 월드컵축구대회의 열기를 주도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은 온통 월드컵 특집 일색이고, 신문도 한국팀 경기 결과를 호외로 낼 정도로 수많은 지면을 월드컵으로 도배하고 있다.



이런 쏠림 현상은 다른 나라 언론에 비해 분명히 광적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그렇지 않은데 왜 우리만 이렇게 호들갑이냐는 식의 비판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겨레의 공동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은 우리 나름대로의 특성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우리 언론이 몇 가지 성찰할 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는 우리 언론, 특히 방송이 월드컵 사안을 지나치게 과대 포장해서 상품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드컵 애국주의가 방송 광고와 대기업 자본의 상업성에 뿌리를 대고 있다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방송의 미래를 암울하게 바라보게 한다.



방송의 상업성은 자본주의의 속성상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도 애국, 애족심을 이용하는 이번의 경우엔 지나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융단폭격 하듯이 쏟아지는 방송의 모든 월드컵 프로그램과 기업들의 광고가 애국, 애족을 강조하고 있다.



애족, 애국심은 공동체의 발전 동력이 되지만, 이처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국민들이 앞으로 언론의 공공성을 전혀 신뢰하지 않게 되면 결국 방송의 발전을 막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월드컵 사안에 대한 광적인 몰입이 다른 국가적 현안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스포츠 분야의 사건을 정치, 경제, 사회적 사안에 비해 낮게 평가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축구 대회가 국민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FTA, 경제난맥상, 5.31지방 선거이후의 정국 전개, 북핵 문제 등 수많은 현안들이 월드컵에 묻혀 있는 상황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월드컵 사안과는 별개로 이것들이 알맞은 비중으로 언론의 논의 구조에 포함돼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 번째는 우리 국민들의 결집된 에너지를 월드컵 이후의 국가 발전 동력으로 삼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언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열기를 1회성으로 소모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공동 목표를 위한 계층, 세대 간 통합의 에너지로 승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북 간 통일 열기로 이어갈 방안을 숙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 점에서 경평축구 부활이나 남북언론인 축구대회 신설 등의 의견이 언론계 내부에서 나오는 것은 반갑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번 월드컵을 각 언론사들이 스포츠 취재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독일 현지나 국내에서 월드컵 경기 기사를 출고하는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토로하는 것이 전문성의 결여다. 또 하나, 자국 위주의 기사 편성, 편집 관행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결국 국내 스포츠 기사의 경쟁력, 시야의 부족을 가져온다. 이 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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