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상이 준 특별한 의미
편집위원회 | 입력
2006.02.15 10:32:21
영예의 제37회 한국기자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우선 수상자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취재, 기획, 지역기획, 전문보도 부문에서 본상 7건과 특별상 1건. 이는 기자사회의 자랑이다.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후보작 모두에게도 지난 한해 기자사회의 소중한 성과였다는 의미에서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한국기자상은 우리나라 기자들이 은근히, 또는 드러내놓고 ‘가장’ 탐내는 상이다. 어느 특정한 단체나 매체가 아니라 기자사회 전체가 인정하는 기자상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선정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심사위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심사위원들은 2차에 걸쳐 최종 심사 후보작을 선정한 후에도 3시간여의 토론과 투표를 통해 본상작을 신중히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이 투표 뿐 만 아니라 토론 과정에서도 자사 후보작에 대해선 일체 관여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 무엇보다 2차 평가 후 3차 평가에 들어가기 전에 1차 작품 중에서 다시 올리고 싶은 작품을 추천해 집중토론을 거쳐 재판정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심사위원 중 일부가 임기 만료로 그만 두게 된 것을 애석하게 여기며,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깊이 고개를 숙인다. 새로 선임된 심사위원들께서도 열과 성을 다하리라 믿는다.
이번에 MBC 이상호기자(보도국 국제부)가 특별상을 받은 것은 말 그대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정치권과 언론계의 불법 거래의혹이 담긴 ‘X파일’ 녹취록을 입수, 취재 보도하는 과정에서 통신비밀보호법상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한국기자상 심사위는 그에게 특별상을 수여함으로써 적법성 논란이 있는 법규를 빌미로 기자의 취재, 보도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공권력의 남용이라는 것을 천명했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일선 현장에서 촌각을 다투며 뛰고 있는 기자들에게 큰 격려가 되는 결정이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의미를 남겼음에도 한국기자상이 대상 수상작을 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연 3년째다. 각자의 영역에서 분투하고 있는 기자들은 아쉬움을 깊숙이 새겨 다음 번에는 반드시 이 지루한 기록을 깨트려주길 바란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한국기자상 수상작 발표에 대한 각 매체의 보도 태도다. 연합뉴스와 내일신문을 제외하고는 수상자가 있는 매체만 자사의 수상작을 위주로 보도했을 뿐이다. 한국기자상의 권위는 기자들 스스로 높여야 한다. 자사 기자가 수상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보도를 기피하는 옹졸함으로는 기자상의 권위를 유지할 수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자사 기자가 수상하지 않았지만, 객관적으로 보도한 내일신문의 자세는 상찬 받아 마땅하다. 이번 한 번은 놓쳤지만, 다음 번에는 반드시 수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원들의 소망을 모아 말하자면, 이 상을 주관하는 기협이 잘해 주는 것이 기자상의 권위를 높이는 것임을 집행부가 절실히 자각해줬으면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는 기협 강령에 이미 나와 있어서 새삼 되뇔 필요가 없다.
다시 한 번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한국의 기자로서 공공의 선(善)을 높이 쳐드는 자세를 견지해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