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안테나] 일본언론 북한 명칭 표기 변경

정식 국명에서 '북조선'으로…국민감정 편승




   
 
   
 
이홍천 일본 통신원·게이오대 박사과정(정치커뮤니케이션)



북한의 명칭 표기를 둘러싼 일본 언론들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북일 수뇌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본 언론들의 대북한 명칭 표기 변경은 국민감정에 편승한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일본내의 북한 혐오 정서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는 NHK, 쿄토통신, 아사히 신문 등 영향력 있는 언론사들도 지금껏 고수해 왔던 국명 표기 규칙을 잇달아 변경했다. 작년 9월의 북일 수뇌회담 이후 보도량이 급증한 것이 국명표기 규칙의 변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아사히 신문의 경우 98년부터 2001년까지 북한 관련 기사가 2700여건에 그친 것이, 지난해 9월 납치피해자 5인이 일본으로 귀국한 이후 4500건을 넘어서는 등 북한 보도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지금껏 한건의 기사에서 북한에 대해 한번은 정식 명칭을 사용해 왔으나, 수뇌회담 이후에는 한 프로그램에서 한번으로, 올해 들어서는 원칙적으로 북조선이라는 명칭만 사용키로 했다.

NHK는 이에 대해 북조선이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되고 있고, 국회에 제출된 납치자 지원법에도 북조선이라고만 명기돼 있으며, 제한된 시간에 간략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국명 표기를 변경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교정상화 물결에 큰 변화가 있을 경우는 정식명칭을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쿄도통신사는 작년까지 모든 북한 관련 기사에서 국명이 처음으로 나오는 경우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조선)’이라고 병기하고, 두번째부터는 북조선이라고 표기해 왔었다. 쿄도통신은 올해 1월 1일 출고분 기사부터 북한에 대한 정식국가명칭은 주요기사의 첫번째 국명표기로 제한했다. 쿄도통신의 북한에 대한 국명표기 원칙 변경은 기사를 제공받고 있는 지방지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 신문은 구랍 12월 28일 조간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국명 표기에 대해서’라는 사고를 게재하고 국명표기 변경 원칙을 독자들에게 설명했다. 아사히 신문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국명이 한국, 중국 등의 관계국이 납득할 만한 적절한 명칭이 없어 지금껏 병기해 왔다며, 북조선이라는 명칭이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외교기사를 제외한 기사에서는 북조선이라는 명칭을사용키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1960년대까지 북한에 대한 국명을 북조라고 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일본의 “차별의식을 나타낸 것”이라며 재일 교포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이같은 여론을 받아들여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서 명칭을 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각 언론사에 요청한 것이 북조선이라는 명칭이 나오게 된 계기가 됐다. 뒤이어 1972년 삿포로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이 정식 국가명칭을 사용해 줄 것을 올림픽위원회에 요청해, 일본신문협회 가맹 언론사를 중심으로 기사 첫머리에는 정식 국명과 북조선을 병기하고 두번째 이후와 제목에서는 북조선을 사용키로 원칙을 정했다.

한편 북한에 대한 명칭 표기를 북조선으로 가장 먼저 정한 것은 보수 우직지로 잘 알려진 산케이 신문이다. 산케이는 96년부터 사내외의 의견을 들어 북조선으로 표기를 통일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99년부터 북조선이라는 표기는 외국 미디어에서도 정착된 표현이라며 북조선으로 표기를 통일했다.

한편 조총련은 일본 언론들의 명칭 표기 변경에 대해 “‘북조선’은 국가를 나타내는 단어가 아니고 조선반도의 북쪽을 가리키는 말이다”며 “이는 부당하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총련은 앞으로 각 보도 기관에 정식으로 시정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외안테나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