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구조조정…스포츠신문의 몰락

온라인 콘텐츠에 밀려 입지 축소
트래픽 겨냥한 선정기사 쏟아내
신규사업 손실 구성원에 떠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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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20일자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일간스포츠 1면  
 
한때 지하철 가판을 싹쓸이했던 스포츠신문이 무료신문에 밀려 고전하더니 이제는 온라인 매체에 휩쓸려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제작비 절감에 구조조정이 일상화됐고, 새로운 수익사업도 헛돌고 있다. 스포츠신문의 경쟁력이던 연예·스포츠 분야 고품격 콘텐츠는 줄어들고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선정적 기사, 대기업 광고를 겨냥한 경제 관련 기사가 지면을 채우고 있다.

일간스포츠는 지난달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기자 15명을 포함한 신청자 21명의 사표를 전원 수리했다. 당초 기자직의 경우 10년차 이상, 일반 사원은 3년차 이상이 대상이었으나 신청자 중 서너 명은 3~4년차의 젊은 기자였다. 조직에서 더 이상 미래를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스포츠조선도 지난해 10여명의 구성원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스포츠조선은 무료신문의 등장으로 스포츠신문의 위기가 가시화되자 10여년 동안 꾸준히 조직을 슬림화 해왔다. 이에 2007~2008년 350여명이었던 구성원은 현재 100여명으로 감소했다.

회사마다 속사정은 다르지만 제작비, 기타 비용 절감에도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아 그 화살이 구성원에게 돌아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포츠지 한 관계자는 “60~70만부를 찍어내던 호시절에 비해 발행부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고 광고 매출액은 30% 이상 감소했다”며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신문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부터 스포츠신문은 토요일자를 폐지하고 발행면수도 32면에서 24면으로, 다시 20면으로 점차 축소해 제작비를 절감했다. 일간스포츠는 마감시간이 앞당겨져 프로야구 경기결과를 실을 수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달부터 기존 대판에서 중앙일보 베를리너판으로 전환했다.

또한 일간스포츠는 웹진 ‘긱(GEEK)’과 앱스토어 개발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일부 스포츠지는 교육사업 등 비(非)미디어 분야 진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서울의 경우 최근 광물자원사업, 해외투자사업 등에 진출해 적자 폭만 늘렸다. 스포츠서울 노조는 신규사업 투자로 발생한 손실을 구조조정으로 메우려 한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스포츠서울에서는 지난달 신임 편집국장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 찬반투표가 두 번 연속 부결됐다. 당시 편집국장과 내정자의 기수 차이로 인해 공채 6기 이상의 고참 기자들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는 예측이 반영된 결과였다. 결국 사측은 11일 편집국장 직무대행을 임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단체협약을 근거로 이에 반발, 18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19일 서울남부지법에 임명절차이행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또한 지난해 조직개편으로 20명이 퇴사한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지난 12일 김광래 대표는 새로운 기구개편안을 들고 나왔다. 지난 6개월간의 노사 합의를 뒤집은 결과였다. 노조는 새 기구개편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조직 축소의 ‘꼼수’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박효실 노조위원장은 “조만간 김 대표의 거취에 대해 불신임 투표를 진행할 것”이라며 “뜻이 모아지면 퇴진 운동도 불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기획실 윤종석 부장은 “온라인 사업과 조직 안정을 위해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추진할 인물을 찾으려 한 것”이라며 “조만간 단협에 따라 차기 후보를 낼 것이다. 인력 축소의 목적은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신문의 뉴미디어 전략 부재를 문제로 지적한다. 2002~2003년 집중적으로 창간된 무료신문이 최근 잇달아 휴간·폐간을 결정한 이유도 모바일 등 뉴미디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주로 생산하는 연예·스포츠 콘텐츠는 그 특성상 지면보다 온라인에서 수요가 높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인터넷매체가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포츠지들은 포털 사이트 기반의 트래픽에만 의존해 선정적 기사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기자 개개인의 기사 클릭수를 집계해 업무성과로 평가하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고, 숙련된 기자를 자르는 대신 인턴기자 등 저임금 인력을 고용해 저급 기사를 생산하는 식이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 기자)는 “스포츠지의 위기는 전체 언론산업의 위기를 표상하는 현상”이라며 “독자들은 이미 스포츠·연예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지가 단지 비용을 줄이고 소수정예화·전문화하는 것은 해법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매체 간 연합으로 미디어 기업의 규모를 극대화해 포털과의 관계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할 절체절명의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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