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

[시선집중 이 사람]소설 '망국' 펴낸 포항CBS 조중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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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CBS 조중의 본부장  
 
120년 전 풍전등화의 조선. 그해(1894년·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평등’의 이름으로 일어난 최초이자 최대의 민중혁명이었다. 소설 ‘망국’은 동학 초기비사로 전해오는 1871년 영해동학혁명을 중심으로 그간 동학사에서 사소하게 다뤄진 동학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을 재조명한다.
“동학이 품고 있는 평등사상과 생명사상을 통해 21세기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분열과 갈등을 치유해 나갈 길을 보여주자는 생각이었다.”

포항CBS 조중의 본부장은 지난 5월 펴낸 ‘망국’의 집필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특히 망국의 길로 치닫는 조선을 구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등불 같은 희망을 심어줬던 해월 선생의 진정성을 알려야 한다는 욕구가 컸다.

“500년 조선사회는 유학의 엄격한 질서에 따라 이뤄진 신분계급사회였고, 이것이 결국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다. 하늘과 생명과 윤리를 바탕으로 ‘평등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핵심적 논리를 만들어 준 사람이 해월 선생이다. 전봉준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해월 최시형을 넘지 않고는 전봉준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에게 소설은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문이다. 낮에는 방송사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산책과 독서를 하며 문득 스쳐가는 단상을 붙든다. 그렇게 조 본부장은 ‘농담의 세계’, ‘새로운 세상을 꿈꾼 해월 최시형’, ‘구룡포에 살았다’, ‘사는 게 참 행복하다’ 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조 본부장은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문학청년이었다. ‘세계문학전집’에 실린 작품을 읽으며 작가의 꿈을 꿨고 대학생 때부터 신춘문예에 도전했다. 그는 1990년 경북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하던 중 단편 ‘새 사냥’으로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기자’와 ‘소설가’라는 즐거운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방송과 소설은 이질적이었고, 때로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내일 다가올 은총을 입을 수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일지” 되뇌며 두 가지 생활에 최선을 다해왔다.

기사와 소설의 공통점은 사회를 투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 ‘농담의 세계’를 꼽았다. 오늘날 정치계의 타락과 위선을 날렵하게 비튼 정치풍자 소설이다. 그는 “나는 정치를 불신하는 사람”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정치를 해야만 국가가 존립한다는 아이러니를 풍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 ‘망국’도 마찬가지다. 조 본부장은 “21세기 한국사회는 역사상 유례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동아시아와 세계 지형을 살펴보면 망국 직전의 19세기 갑오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열강의 각축이 노골화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좌우 이념대립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조 본부장은 책 말미 ‘작가의 말’에서 그의 바람을 조심스레 전했다.

“소설 ‘망국’이 21세기 대한민국의 비참한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작은 소망이 있다면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인 ‘믿음’이 소설을 통해 작게라도 움틀 수 있기를 욕심내 본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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