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선거 개표 막판까지 초박빙 접전…피 말렸던 마감 전쟁

[현장을 달리는 기자들]6·4 경기도지사 선거 취재-경기일보 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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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일보 정진욱 기자  
 
그 어느 때보다도 초박빙의 결과가 나왔던 6·4 지방선거의 짙은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기도에 다시 선거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7월30일, 무더운 날씨 속, 휴가 기간 동안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임에도 강렬한 태양빛으로 달궈진 아스팔트보다 더 뜨거운 선거의 열기가 경기도를 또다시 휩싸고 있습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역대 경기도지사 선거 중 가장 치열한 선거가 진행되면서 불과 0.8%p 차이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당선, 새로운 경기도를 열겠다고 혁신의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그 뒤 불과 열흘 만에 각 정당의 공천을 받은 정치인들이 재보궐 선거의 후보로 등록, 경기도 바닥을 달구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도 아닌 경기도지사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수원병, 수원정에서 보궐선거가 진행되며 이외에도 수원을, 평택을, 김포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5개 지역의 재보궐선거가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는 그 어느 누구도 승리를 차지했다고 자신할 수 없었던, 말 그대로 ‘무승부’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경기도권에서 가장 큰 선거인 경기도지사 선거는 새누리당이 당선자를 배출한 반면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는 새정치민주연합이 17곳을 휩쓸면서 13개 지역 당선에 그친 새누리당을 앞섰고 광역의원 선거 역시 새정치민주연합이 78대 50으로 앞섰습니다.

경기도권 지방선거의 가장 큰 핵심이 경기도지사 선거이다 보니 각 언론사의 관심도 양 후보의 캠프로 집중됐습니다. 같은 수원 출신이면서 고등학교 동문이자 또 같은 교회를 다니는 교인으로 이 둘의 맞대결은 선거 초반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습니다. 선거 초반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큰 지지율 차이로 앞서갔지만 세월호 국면 등으로 인해 탄력을 받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선거 결과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초접전 양상이 빚어졌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누구도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개표가 진행됐습니다. 지상파 3사와 종편채널의 출구조사조차 결과가 엇갈린 탓에 결과 발표 이전 미리 정보를 얻은 양 캠프에서는 방송이 되기 이전 캠프에 방문한 지지자들에게 환호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할 정도였습니다.



   
 
  ▲ 6·4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사진 왼쪽)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와 막판까지 초박빙 접전을 펼치다 신승했다. (뉴시스)  
 
캠프를 출입하는 기자들, 특히 신문기자들의 긴장감도 높아져 갔습니다. 기사 마감 시간이 한참 지나고 새벽 동이 틀 무렵까지 박빙의 개표가 이어지다 보니 선거 결과를 지면에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진 것입니다. 양측 후보가 승리했을 경우를 감안해 모든 기사를 작성해 놓은 상태였지만 다른 날 같으면 이미 배달이 완료된 시간인 새벽 5시까지도 선거결과가 오리무중인 상태로 이어지면서 정치부 기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기자들의 입술이 타들어갔습니다.

2~4%p 차이로 남 후보가 지속적으로 앞서가긴 했지만 김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수원 영통을 비롯해 야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의 개표가 늦어지면서 이를 개표할 경우를 감안하면 결과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 것이라는 예측이 계속 나왔기 때문입니다.

경기지역 어느 신문사를 막론하고 타 언론사의 눈치를 살피면서 마감을 늦췄지만 끝내 선거결과를 확정으로 담지 못한 채 ‘남경필 유력’이라는 문구를 타이틀로 삼아 신문 제작을 마쳤습니다.

신문 제작이 끝난 뒤에도 긴장은 이어졌습니다. 마감을 한 5시까지만 해도 2%p 차이로 남 후보가 앞서있었지만 김 후보가 꾸준히 격차를 좁히면서 1%p까지 접근해 선거 결과가 뒤집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빚어진 것입니다.

결국 남 후보가 신승을 거둬 경기지역 모든 언론사들이 동반 오보라는 ‘재난’은 피할 수 있었지만 끝내 후보들은 다음날 아침까지도 긴장감을 풀지 못한 채 캠프에도 들어오지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후보 측근들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긴장감 속에 어느 후보의 경우에는 폭탄주로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했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간절한 기도를 하며 승리를 기원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면서 끝까지 멋진 승부를 펼쳐 준 두 후보에게 많은 출입기자들이 승패를 떠나 박수로 응원했습니다.

지방선거의 잔향이 지워지기도 전에 이 두 후보의 출신 지역구에서는 또다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의원시절 지역보좌진들은 수원병에 출마한 김용남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전열을 재정비했으며 김진표 후보는 본인이 직접 선대위원장까지 맡아 수원정 박광온 후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용남, 박광온 두 후보 모두 손학규, 임태희라는 거물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지만 남경필, 김진표 두 라이벌의 헌신적인 지원을 통해 필승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곳 경기지역의 기자들은 7·30 재보궐선거후보 캠프 23곳의 문을 매일 두드리며 불꽃 튀는 접점을 펼쳤던 남경필, 김진표의 향기를 다시 회상하고 있습니다. 경기일보 정진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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