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포퓰리즘의 약진과 여성주의 정당의 출현

[글로벌 리포트 | 북유럽] 서현수 핀란드 땀뻬레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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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현수 연구원  
 
2014년 5월22일부터 25일까지 유럽연합(EU)의 28개 회원국들에서 유럽의회 선거가 진행됐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유럽연합과 유럽 지역 전체의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으로 인식됐다.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위기의 여파가 여전한 가운데 유럽 통합에 대한 회의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 대 미국-EU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전체 43.1%의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를 통해 각 국가별 인구수에 비례해 임기 5년의 유럽의회 의원들 751명이 선출됐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우파 정당들의 연합인 EPP가 208석으로 가장 큰 의회그룹으로 남았지만, 274석에서 의석수가 많이 줄고 지지율도 35.8%에서 29.4%로 크게 감소했다. 중도좌파 정당들의 연합인 S&D는 184석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는데, 지난 선거와 거의 같은 약 25.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EPP와 비슷한 의석수를 예상했던 사민당 연합으로서는 실망스런 결과였다. 그 밖에 자유민주당, 보수당, 녹색당, 좌파당 그룹들도 각각 5~8%의 득표율로 45~60석씩 가져갔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주목을 끄는 결과는 이념적 좌표의 극단에 위치한 포퓰리즘(Populism) 정당들의 약진이다. 극우의 프랑스 국민전선(NF), 영국 독립당(UKIP), 덴마크 인민당(The Danish People’s Party), 그리고 극좌의 그리스 급진좌파연합(Syriza)은 각각 자국에서 중도 좌우파의 지배정당들을 제치고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파란을 일으켰다. 유럽 회의주의로 분류되는 이들 정당들이 전체 약 20% 내외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단일한 의회그룹을 형성하지 않은 이들이 어떻게 연횡하면서 유럽의회의 정치적 역학을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어떤 세력도 지배적 다수를 쉽게 점하지 못하고 다양한 의회그룹들이 비교적 균등한 분포를 보이고 있어 EU 정책의 급격한 단절이나 방향전환보다는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합의적 의사결정을 추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편 북유럽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의 유럽의회 선거 결과도 자못 흥미롭다. 우선 이 지역에서도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앞서 살펴보았듯 덴마크에서는 반(反)이민과 반(反)EU를 내세우는 덴마크 인민당이 26.6%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또 스웨덴 민주당이 9.7%의 득표율로 두 명의 의원을 처음 유럽의회에 진출시켰고, 핀란드인당(The Finns)은 12.9%의 지지를 받아 역시 2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스웨덴과 핀란드에서 최근 상승세이던 이들 정당들로서는 기대에 못 미친 결과라는 평가이다.

둘째, 북유럽의 보편적 복지국가 모델을 이끌어온 핵심 정치세력인 사회민주당의 상반된 성적표가 관심을 끈다. 덴마크의 현 집권연합을 이끌고 있는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9.1%의 지지를 얻어 덴마크 인민당에 이은 2위에 머물렀다. 반면, 현재 야당인 스웨덴 사민당은 24.2%의 지지율로 1위를 유지하며, 오는 9월로 예정된 총선에서 정권 교체의 전망을 밝게 했다.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은 핀란드 사민당이다. 최근 몇 년 간 지지율 하락으로 고생해온 당은 이번 선거에서 12.3%의 득표에 그쳐 제4당에 머물렀다.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서 현 재무장관인 젊은 여성 대표 Jutta Urpilainen(38세) 대신 전국사무노조위원장 출신의 새 대표 Antti Rinne(51세)를 선출하며 변화를 기했지만 지지율의 반등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핀란드 사민당이 어떤 전략을 내세워 난관을 돌파할 지 주목된다.

한편, 스웨덴의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한 가지 더 주목할 사건을 낳았다. 바로 유럽연합 최초의 여성주의 정당(Feminist Initiative) 의원이 선출된 것이다. FI는 “인종주의자들과 결별! 여성주의자와 함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적극적인 캠페인을 벌여 5.5%의 득표율을 올리며 1석을 획득했다. 당선된 Soraya Post(57세)는 유럽에서 가장 차별받는 소수민족 로마인(Roma) 출신이기도 하다. 1980년대의 녹색당과 2000년대의 해적당(Pirate Party)에 이은 또 하나의 대안정당으로 진화해갈 것인지 주목된다. 서현수 연구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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