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증이 잠수사 죽음 불렀다는 MBC 뉴스

7일 MBC뉴스데스크 데스크리포트 '왜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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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작업을 압박하는 등 한국사회의 ‘조급증’ 때문에 민간잠수부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MBC뉴스데스크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8일 민실위보고서를 통해 “MBC가 정부의 부실한 초동대처와 재난 대응 체계 문제점에 대한 보도를 대폭 축소시키고 실종자 가족들이 왜 분노하는지 제대로 취재, 보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기사는 ‘일부 실종자 가족들의 조급증 내지 비이성적인 태도가 잠수사들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 결국 죽음이 발생했다’는 식의 억지 논리를 전개하고 비약했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시점에서 틀린 ‘팩트’와 관련성이 빈약한 사례를 동원해 현상을 심하게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MBC뉴스데스크는 7일 ‘함께 생각해봅시다’라는 데스크 리포트에서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란 제목으로 세월호 사고 해상에서 수색작업을 하다 숨진 이광욱 잠수부에 대해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며 우리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포트를 한 박상후 MBC 전국부장은 해당 뉴스에서 “실제로 지난달 24일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양경찰청장 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며 “논란이 된 다이빙 벨 투입도 이때 결정됐고,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 7일 MBC뉴스데스크 데스크리포트 '함께 생각해봅시다'에서 박상후 MBC 전국부장이 리포트를 하고 있다. (MBC캡쳐)  
 


MBC본부는 “잠수사 사망 사고는 발생해선 안 될 안타까운 죽음이었다”며 “하지만 언론이 죽음의 원인을 짚어보는 것과 죽음을 소재 삼아 특정한 결론을 내리거나 확대 해석, 왜곡하는 일은 엄연히 다른 일”이라고 밝혔다. 실제 사고 당일인 6일 MBC와 달리 KBS와 SBS는 잠수사 의료ㆍ안전 지원이 매우 열악하고 바지선 전문 의료진도 없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고,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도 나오지 않았다.


리포트에서 언급된 외국 사례와 인용 글도 부적절했다는 비판이다. 리포트는 중국의 쓰촨 대지진과 동일본 지진 사태를 들며 원자바오 총리 시찰에 애국적 구호가 넘쳐났고, 일본인들은 놀라울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사례 모두 자연재해였고 세월호 사고는 침몰 초기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놓친, 구조에 실패한 ‘인재’ 였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이빙 벨 투입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다룬 것도 ‘일반화의 오류’ 라고 비판했다. 리포트에서는 “19세기에 개발된 장비로 20세기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21세기에 사용한다는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한국인이 무섭다”, “깊은 수심에 다이빙벨이라니 야쿠자도 놀랄 상술”이라는 일본의 한 인터넷 사이트 댓글을 인용하며 일본에서도 다이빙 벨 투입에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민실위 보고서에 따르면 다이빙벨은 기원전 3세기에 이미 존재했고, 20세기에도 미 해군 등이 계속 사용하는 등 사실 자체가 다르다. 이 같은 댓글을 단 일본인도 한국을 비난하는 댓글을 다수 올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뉴스데스크 편집부 측은 시의적절한 아이템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편집부는 “잠수사들이 죽음에 몰리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언론이 그냥 보고 있을 수 있는가”라며 “언론이 어떻게 해야 중심을 잡을 수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MBC 사내 뉴스시스템 게시판에도 리포트를 비판하는 기자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A기자는 “이 기사는 희생자 가족들이 왜 그토록 분노했는지 그 이유와 정당함을 살피지 않았다”며 “그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던 팩트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으면서 조급증과 분노, 폭력성만 지적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B기자도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사망 이틀째 언론이 나서서 지적하는 건 과연 누가 조급한 것인가”라고 했고, C기자도 “나라 경제 운운하며 애국심을 강요하고 유족들을 조급증으로 몰아 꾸짖는 게 과연 최선의 해결책인가”라며 “침몰하는 MBC는 구난요청을 해도 구해줄 시청자들을 잃었다”고 질책했다.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상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MBC에서 해직된 이상호 GO발뉴스 기자는 “국민을 미개인 취급한다”며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했고, 최승호 PD는 “MBC뉴스야말로 심각하다”고 밝혔다. 네티즌들도 “뉴스를 들으며 귀를 의심했다. 일본 네티즌 댓글 몇 개를 갖다 기사라고 썼는가”, “할말이 없다. 이제 MBC 채널은 근처도 안 간다”, “참 언론의 등장이 필요하다”, “이런 식의 기사 논평은 이광욱 잠수사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폄훼하는 것이다. 국민 앞에 반성하고 사과하라”는 등 비판이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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