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MBC 해직기자 '다이빙벨' 투입 약속 받아내

실종자 가족들 늦은 밤까지 "적극 수색하라"며 항의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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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MBC 해직기자가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들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대화 중재자로 나섰다. 실종자 가족 등이 요구해왔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다이빙벨의 구조작업 투입에 대해서도 끈질긴 추궁 끝에 약속을 받아냈다.

유속이 느려지는 소조기의 마지막 날이었던 24일.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까지 수색을 마쳐줄 것을 당국에 주문했었다. 그러나 구조 작업은 더디게만 진행됐고, 생존자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해경이 구조 작업을 자원한 민간 잠수사들의 투입을 막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 갔고, 분노 역시 커져 갔다.

결국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4시쯤 진도군청에 차려진 사고대책본부로 찾아가 “책임자 나오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어 오후 5시30분쯤 진도 팽목항으로 몰려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장관과 김 청장은 가족대책본부 상황실 바닥에 앉아 때론 거칠게 밀쳐지고 내쳐지며 욕설과 거센 항의를 들어야 했다.



   
 
  ▲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해상 인근 팽목항에 차려진 대책본부 상황실에서 24일 실종자 가족들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면담은 자정을 한참 넘겨서까지 계속 됐다.  
 
이 과정에서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이 몰려들어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은 상황실에서 1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마련된 포토라인 뒤로 물러났다.

실종자 가족들은 다만 CBS노컷뉴스와 팩트TV, 이상호 기자의 고발뉴스 등 일부 언론에 대해서는 촬영을 허락했다. CBS 김민재 기자 역시 들고 있던 마이크를 빼앗길 뻔 했으나, 전날 김 기자와 인터뷰를 한 실종 학생 어머니가 “저기(CBS)는 믿을 수 있다”며 막아줬다. CBS노컷뉴스는 이날 저녁 세월호의 수색 작업에서 특혜를 받는다는 의혹이 제기되던 민간 구조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가 사고 책임 해운사인 청해진해운의 계약업체라는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상호 기자는 해경이 구조작업과 인양작업 모두 언딘과 단독으로 수의 계약한 사실이 CBS 취재와 고발뉴스 확인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한 뒤 “사고 9일째인데 174명 빼고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필요하지 않냐”며 “지금이라도 24시간 구조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해 실종자 가족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 기자는 “이종인 대표가 청장이 부르면 당장이라도 달려온다고 했다”면서 이 대표와 다이빙벨을 구조 작업에 투입할 의사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며 대답을 피하던 이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의 격렬한 항의에 못 이기듯 “이종인 대표까지도 포함해서 가용 자원을 모두 다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상호 기자는 그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스피커폰으로 가족들이 모두 통화 내용을 듣고 있는 가운데 김 청장은 “같이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목포에서 배를 출발한 이 대표는 25일 오전 10시쯤 사고 해상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작업 현장을 믿을 수 없다며 이상호 기자에게 “기자분이 같이 가달라”고 요구했고, 이 기자는 “고발뉴스와 팩트TV가 같이 가서 구조 현장을 생중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실종자 가족들과 이주영 장관, 김석균 청장 사이의 대화는 팩트TV와 고발뉴스 합동 생방송으로 전국에 인터넷 중계됐다.
진도=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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