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문화부장, 오후엔 대변인

민경욱 KBS 전 앵커 청와대 대변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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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전 KBS ‘뉴스9’ 앵커의 청와대 대변인 발탁 소식이 언론계에 파문을 낳고 있다. 현직 보도국 부장이 청와대로 직행한 사례는 극히 드문데다가, 그가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KBS의 간판 뉴스 앵커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KBS는 물론 타 방송사 기자들도 “황당하다”,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장 ‘멘붕’에 빠진 건 KBS 구성원들이다. KBS 구성원 대다수는 5일 언론 보도를 통해 민 전 앵커의 청와대 대변인 임명 소식을 접했다. 민 전 앵커는 자신의 청와대행을 극히 일부에게만 알렸고, 보도국 내 부장과 팀장들에게도 청와대 인선 발표가 나기 10분 전에야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이날 오전 보도국 편집회의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현직 문화부장인 그는 이날 편집회의에서도 청와대 대변인으로 간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사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재희 KBS 홍보부장은 “사의 표명과 관련해 어떤 절차를 밟고 있는지 본인에게 확인을 해야 하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즉, 여전히 KBS 문화부장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그는 지난해 10월 하차할 때까지 3년 가까이 KBS 간판 뉴스인 9시 뉴스의 앵커로 활약했다. 이 때문에 KBS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 윤리강령 제1조 3항은 “KBS인 중 TV 및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메인뉴스 앵커자리를 이용해 개인적 영달을 취하고 공영방송 KBS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이번 민 씨의 청와대행은 명백히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KBS는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활동이 아닌 공직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KBS는 “윤리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치활동’이란 국회의원 등 선출직이나 당적을 가지고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청와대 대변인은 선출직이 아닌 공직이므로 ‘정치 활동’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규정 위반 여부를 떠나 언론인으로서 기본적인 양식과 윤리를 저버린 상식 밖의 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노조는 “공영방송의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윤리의식을 저버리고 공영방송의 윤리강령까지 어겨 가며 공직에 진출하고자 한 저열한 권력욕이 청와대가 말하고 싶은 언론경험이자 경륜인가”라고 성토했다.

이어 “어찌 보면 KBS 스스로가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초래한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면서 “MB정부 5년간 이른바 ‘땡박’ 뉴스를 하는 것도 모자라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앞장서 전파하는 해바라기 방송을 함으로써 청와대가 KBS를 인재를 선발하는 산하기관쯤으로 여기게 한 것은 아닌지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민 전 앵커에게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청와대를 향해서도 대변인 지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묵묵히 공영방송을 지키고 있는 선후배 동료들의 얼굴에 더 이상 먹칠을 하지 말고 대변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를 충고한다”면서 또한 “길환영 사장은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상황에 대한 통렬한 자성과 함께 공영방송 KBS의 명예를 더럽힌 민 씨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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