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사이버사령부에 심리전 지침 내렸다

제28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한겨레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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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하어영 기자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 두 사건을 바라보면서 둘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라는 의심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취재 초기 국방부 당국자로부터 들었던 군 사이버사령부에 국정원 직원들이 수시로 출입한다는 말은 의심을 믿음으로 키웠습니다.

국정원 취재를 1년 가까이 진행해온 사회부 정환봉 기자와 팀을 이뤘습니다. 3주 정도는 사람을 만나는 작업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원초적인 취재방법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관계는 무엇일까. 무조건 사람을 많이 만나자. 그것만 보고 달리자.

진실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이 있었지만, “국정원 직원이 사이버사령부에 지시내용을 건넸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협조요청이 과연 어떤 형태를 갖고 있느냐 또한 더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었습니다. 만나고 또 만나고…. 그렇게 2주 정도를 더 묵혀 나온 보도가 “국정원이 사이버사령부에 심리전 지침 내렸다”입니다. 이 보도 뒤 개별로 존재하던 국정원, 군의 대선개입 의혹이 하나의 의혹으로 묶이면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으로 프레임이 확장됐습니다.

그 사이 국정원 사건은 검찰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베일을 벗게 됐고, 사건이 조금씩 진실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하지만 군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국방부장관의 지시를 받아 수사를 진행하던 조사본부는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의 정치개입이 개인 일탈이 아니라 조직적 활동이었음을 밝혀보자는 뜻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정보공개청구, 국회, 기존 취재원 등 가능한 모든 라인을 가동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심리전단의 인원이 2배로 급증했다는 사실을 밝혀줄 자료에 접근하게 됐습니다. 군에서 조직 구성원을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은 특단의 조치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곳은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심리전단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기사가 “대선 두 달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 인원 두 배로 늘렸다”입니다.

결국 조사본부는 심리전단 차원에서의 정치개입은 있었다는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정치개입은 있었으나 선거개입은 없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경찰 단속에 걸린 음주운전자가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도 수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답답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을 것입니다. 취재는 멈추지 않습니다. 한겨레 하어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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