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정치 이슈 선점…'마의 시청률' 1% 돌파

종편 시청률이 오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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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에 출연하고 있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방송인 김구라씨, 변호사 강용석씨.(왼쪽부터) (사진=JTBC)  
 
‘전두환 취재팀’ 구성 등 현안에 ‘선택과 집중’
밤 11시대 프로그램 시청률 지상파 절반까지 추격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선정적 보도로 무더기 징계를 받고 사업 승인 과정의 주주 구성 문제로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종편 4사가 마의 벽으로 불린 시청률 1%를 넘었다. 2011년 12월 종편 개국 이후 4사 모두 전국 평균 시청률 1%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선 당시 시청률이 상승하자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종편이 이런저런 잡음 속에서도 1년6개월여 만에 케이블TV 평균 시청률 상위권에 자리잡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닐슨코리아가 전국 유료방송가입가구를 기준으로 새벽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7월 평균 종합편성채널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 MBN이 1.37%, TV조선은 1.18%, JTBC가 1.15%, 채널A가 1.09%를 기록했다. 지난달 채널A와 JTBC는 각각 0.997%, 0.998%로 아슬아슬하게 1%에 미치지 못했다.

7월 전체 종합편성채널의 시청시간은 1시간 31분, 시청률은 4.780%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종편 4사는 대통령선거 시기였던 지난 2012년 11월~12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던 시청률은 차츰 상승하고 있다.

종편은 지상파 방송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정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해도 여야 공방으로 축소하는 지상파 방송과 달리 정치적 이슈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MBC 뉴스가 ‘물속 폭군 배스’(5월25일, 6월9일) ‘밤마다 고라니와 전쟁’(6월17일) ‘멧돼지 출몰’(6월8일, 10일, 7월30일)과 같이 동물 이슈에 집중하는 사이 종편은 각자의 방식으로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일례로 TV조선은 7월 들어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압수수색’ 보도(7월16일)를 하면서 월 평균 시청률 1.1%를 돌파했다. 일일시청률은 1.5%를 넘겼다. 보도된 날 뉴스특보 시청률은 2.982%로, 같은 시간대(낮 12시52분~2시23분) 뉴스에서 지상파까지 따돌리며 전체 채널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MBC(0.76%)에 비해서는 4배나 앞지른 수치였다.

TV조선은 채동욱 검찰총장이 강력한 추징금 환수 의지를 밝히자마자 사회2부에 ‘전두환 취재팀’을 꾸렸다. ‘전두환 추징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검찰 외사부가 투입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리고 추징법 통과 나흘째 되던 날, TV조선은 여러 경로를 통해 압수수색 사실을 단독으로 입수해 오전 11시 30분부터 ‘시뻘건’ 자막과 함께 무려 2시간 50분이나 보도했다. 연희동 전두환씨 자택, 서초동 시공사 본사, 연천 허브빌리지에서 중계하며 릴레이로 이어나갔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이다.

이처럼 상승한 뉴스보도 시청률이 고정되면서 다른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덩달아 뛰었다. 교양 프로그램인 ‘살림9단의 만물상’의 경우 4%에 육박하는 시청률(3.951%, 7월28일 수도권 기준)을 보이면서 선전했다. 7월이 휴가철이어서 시청률면에서는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뉴스 방식은 미국 폭스뉴스를 롤모델로 벤치마킹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1996년 개국한 폭스뉴스는 ABC, CBS, NBC 등 지상파 3사와 경쟁해야 했다. 폭스는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는 깡패 테러” 등의 노골적 보도로 시청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라크 전쟁 초기에는 하루 평균 시청자가 330만명으로, 30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퓨(Pew)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00~2004년 폭스뉴스의 정규 시청자 층이 50% 가까이 성장하는 동안 경쟁사들의 시청률은 정체를 보였다. 친공화당 성향의 보도와 논평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보수층 시청자를 끌어안으면서 2002년 이후 폭스뉴스는 CNN 시청률을 능가하며 현재까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이 치열한 미디어 시장에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어느 한쪽의 이념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해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저널 오브 커뮤니케이션’(2009)란 논문에서 “동일한 기사를 보여주고 폭스뉴스, MSNBC, CNN, NPR의 기사로 다르게 내보냈을 경우 폭스뉴스로 내보냈을 때 시청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가장 높다”고 실증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보수적 유권자들이 다른 3개 뉴스 채널보다 폭스뉴스의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TV조선 김민배 보도본부장은 “현대 보도의 흐름은 분명한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거기에 동조하는 그룹을 형성하고 평가받는 것이 대세”라며 “4개의 종편의 정치적 지향성이 같기를 기대하는 것은 초보적인 요구이다. 야당 등에서 ‘옳다, 그르다’가 평가의 절대적 잣대가 아니라 판단은 시청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지상파 뉴스는 ‘심심하다, 밋밋하다’는 이야기가 오래 됐고 종편 뉴스를 깊숙이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청자들은 보통의 정보와 뉴스에 반응하지 않는다. 확실한 뉴스에 정확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종편이 밤 11시 프로그램을 집중 공략하며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상파의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 종편은 자사 메인 프로그램을 오후 11시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며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밤 11시대의 시청률을 조사한 결과(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지상파 SBS 6.506%, KBS 2TV 6.242%, MBC 5.537%, KBS 1TV 4.382% 등 지상파 4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5.67%(총22.67%)로 나타났다. 반면 종편인 MBN은 3.209%, JTBC 2.016%, TV조선 1.998%, 채널A 1.971% 등 종편 4채널의 평균 시청률은 2.25%(총9.013%)로 집계됐다. 

종편(2.25%)이 지상파(5.67%)의 절반 가까운 시청률을 획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종편은 10시대 드라마 시간대를 피해 밤 11시 예능 프로그램 방송 시간대를 나름대로 공략한 것이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안녕하세요’,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 ‘자기야’ 등 지상파 프로그램이 수년째 비슷한 포맷으로 유지되고 있는 탓에 싫증을 느낀 시청자들이 인접한 10번대 종편으로 옮겨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종편이 밤11시대에 MBN ‘황금알’ ‘동치미’ ‘엄지의 제왕’ JTBC ‘썰전’ ‘유자식 상팔자’ ‘마녀사냥’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웰컴투 시월드’ ‘지금 만나러 갑니다’ TV조선 ‘살림9단의 만물상’ 등 지상파와 색깔을 달리한 ‘킬러 콘텐츠’를 투입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송정우 MBN 홍보팀장은 “밤 11시대 프로그램의 시청자 유입 패턴을 분석해보면 방송 초반부터 올라가는 추이를 보인다”며 “이는 시청자들이 종편 프로그램을 찾아오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팀장은 “지상파 프로그램과의 간격이 아직까지는 있지만 11시대는 경쟁력 있는 종편 콘텐츠로 서서히 추격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종편의 성장세에도 한계는 여전하다. 종편이 시청률에서 상승세지만 이에 걸맞은 광고 집행은 더딘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방송매출은 총3조233억원이다. KBS 1조5040억원, MBC 7836억원, SBS 7357억원 순이다. 반면 종편의 매출은 2264억원으로 JTBC 642억원, MBN 628억원, TV조선 514억원, 채널A 480억원 순이다. 적자규모는 JTBC 1천326억원, 채널A 619억원, TV조선 553억원, MBN 256억원으로 많다.

종편은 지상파 방송의 매출액 7%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종편 한 관계자는 “지상파 광고의 5분의 1수준 밖에 받지 못해 상당히 단가가 낮다”며 “종편 특성에 맞는 광고를 개발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종편의 시청률 전략에 따른 선정적 보도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5·18 북한군 개입설 같은 후폭풍을 불러일으킨 경우 자사 기자들조차 “부끄럽다”고 토로할 정도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언론의 신뢰도가 중요한 상황에서 황당한 주장은 걸러낼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총 제재 17회에 걸쳐 제재를 받을 정도로 문제적 프로그램으로 손꼽힌다. 채널A 한 기자는 “‘쾌도난마’의 이러한 사고들을 회사 윗선에서 방치하며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동아일보 신문을 만든다면 이렇게 게이트키핑을 하지 않고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폭스뉴스 모델’에 따른 성장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원을 지낸 한 원로 방송기자는 “보수이념을 명확하게 내걸고 자극적 보도 전략을 취하면 충성 시청자를 만들 수 있지만 주로 노년층”이라며 “종합편성을 하는 방송사가 주력 시청자가 노년층이라면 광고주에게도 매력이 떨어져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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