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소셜미디어 하나요?

[언론다시보기]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 정재민 교수  
 
2010년 봄, 신문에도 방송에도 스마트폰, 페이스북, 트위터 기사가 단골 메뉴였다.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도 최고경영자 과정을 운영하면서 스마트폰과 페이스북, 트위터 활용 교육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일 젊다는 이유로 첫 삽을 내가 뜨게 됐다. 최고경영자들이 배워보겠다고 스마트폰만 달랑 들고와서 교수 얼굴만 쳐다보는데 솔직히 나도 막막했다. 어쨌든 스마트와 소셜이라는 이름을 달고 달리는 마차에 엉덩이라도 걸쳐야했다. 안그러면 뒤처져서 마차 뒤꽁무니만 바라보며 망연자실할 판이었다.

희한하게도 달리는 마차는 힘이 있었다. 선생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나이 많은 학생들은 그 새로운 세계를 잘 수용해 나갔다. 페이스북으로 그룹을 만들어서 각자 분야의 정보도 올리고 포럼을 안내하고, 골프모임도 고지하고 청첩도 알리고 승진축하도 하면서 댓글을 이어갔다. 트위터를 하면서 회사에서 젊은 직원들에게 가장 친근한 임원이 되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제법 유용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마차에 올라타서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전세계적으로 10억을 넘어섰다. 내 페이스북 계정을 보니 친구가 500여명이다. 학생들, 동료 교수들, 초등학교 동창서부터 대학친구들, 해외 연구자들…. 별의별 지인들이 다 있다. 내 지인 중에 상당수는 기자로 살아가는데 희한하게도 그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드인, 카카오스토리,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새로운 플랫폼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기사쓰기도 바쁜데 새로운 게 나올 때마다 어떻게 다 가입하고 이용하냐고 볼멘 소리가 나올법하다. 실제로 한두달 이것저것 해봤지만 별거 없더라고도 한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반짝하고 지나갈 거라고 한다. 이제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피로감에 젖어서 플랫폼을 떠나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온다. 플랫폼이 정거장이니 올라타기도 하고 내려서 떠나기도 하는 건 당연지사다. 다들 떠난다는데 혹은 떠나고 싶다는데 새삼스레 왜 소셜미디어 이야기를 하는 걸까?

사람들은 정거장을 떠나서 여행하고 또 다른 정거장에 닿겠지만 중요한건 지난 3년여 간 우리가 이용해온 소셜미디어로 인해 소통하는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혹은 다른 이름의 정거장이 되더라도 거기서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은 더 이상 일방향적이 아니다.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에 적응하지 않으면 어느 정거장에서도 영원히 이방인으로 머물 수밖에 없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 4명 중 3명은 오늘의 뉴스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읽고 있다. 그 기사는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또는 방송사의 기사일지 모른다. 그러나 소비자가 뉴스를 만나는 플랫폼은 소셜미디어로 이동하고 있음에 주목해야한다. 흥미롭게도 페이스북의 개인 페이지 첫 번째 메뉴 이름이 뉴스피드다. 페이스북에 올려진 모든 소식들이 뉴스인 것이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는 결국 개인화된 신문이다. 사람들의 뉴스 소비행태는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디바이스를 타고 빠르게 변하는데, 기자들은 변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주도하는 세상에서 소셜미디어는 꽤 어려운 외국어다. 발음이나 철자를 익히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라 소통이라는 문법이 낯설다. 특히나 일방적인 매체로 기능해온 신문과 방송에 몸담은 사람들에게 소통의 언어는 몸에 맞지 않는 옷같다. 이거야말로 외국어를 넘어 외계어처럼 느껴진다. 어떤 기자라도 모든 외계어에 능통할 수는 없다. 수많은 SNS 플랫폼의 마스터가 될 수도 없다. 나의 제안은 기자로서 독자들과 소통하는 통로로 소셜미디어 하나쯤은 적극 활용해 보라는 거다. 세상의 모든 독자들과의 소통은 아니라도, 적어도 내 기사를 읽고 내가 속한 언론사의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과의 소통은 그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이 자투리 시간에 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처럼 기자들도 자투리 시간에 소셜하게 모바일로 소통하는 방식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기사만으로 기자들이 소통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