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물' 뉴스스탠드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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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또다시 언론계를 흔들어놓았다.
4월 1일 오후 2시, 네이버가 그동안 뉴스 기사들의 다양한 제목들로 가득찼던 첫 화면 ‘뉴스캐스트’를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뉴스캐스트는 2009년 1월 1일 시작한 이래 4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포털사이트의 자체 뉴스 편집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받자 내놓은 뉴스캐스트. 언론사들이 스스로 포털사이트 첫 화면의 뉴스를 편집하게 하면서 편집권을 넘겨줬다.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뉴스 서비스였다. 그런데 왜 다시 바뀌었을까.

뉴스캐스트 초창기, 당장은 언론사들의 트래픽이 폭발하면서 수익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줬지만 그것이 독배의 시작이었다. 언론사들은 뉴스를 선택받기 위해 선정적인 기사들을 내걸었고 이른바 ‘낚시’성 제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광고성 기사를 남발하면서 네이버의 첫 화면은 미끼상품의 장터로 전락해버렸다. 네이버는 우려했던 사례들이 발생하자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오죽하면 언론들의 이 같은 행태를 비꼬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뉴스캐스트에 꽂은 기사들의 제목에서 ‘충격’, ‘경악’, ‘결국’ 등이 얼마나 많이 발견됐으면 이를 순위를 매겨 공개했다. ‘충격 고로케’라는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수많은 낚시성 기사들을 발견할 수 있고 심지어 1등 언론사에게 상까지 준다. 상장의 내용은 이렇다. ‘위 언론은 기사제목에 충격, 경악, 결국, 멘붕 문구를 가장 열심히 추가하여 한달간 ○○건의 낚시 제목 기사를 송고, 경쟁사를 제치고 충격 부문 1등을 차지하였기에 그 노고를 치하하여 본 상장을 수여한다.’

뉴스캐스트는 언론 스스로가 망친 것이나 다름없다. 네이버가 새롭게 선보인 뉴스스탠드는 이 같은 폐해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네이버 첫 화면에서 기사가 아닌 언론사 브랜드가 노출된다. 이용자들 자신이 선호하는 언론사를 선택해 뉴스를 보는 방식이다. 그러나 뉴스스탠드로 전면 개편되고 난 뒤 언론사들은 아노미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대부분의 언론사들 트래픽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심지어 10분의 1로 떨어진 곳도 있다고 한다. 분석기관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당장 언론사들은 광고 단가에 영향을 받아 수익모델에 적신호가 켜질 게 분명하다.

뉴스캐스트에서 뉴스스탠드로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 방식을 바꾼 ‘결정’에 한국 온라인 언론계의 지형도가 바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어차피 포털을 통해 뉴스가 유통되는 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이제는 진검 승부를 해야 한다. ‘충격스럽고 경악스런’ 뉴스를 내보낼 것이 아니라 각 언론사의 특징을 제대로 살려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언론의 제 역할을 해나간다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충성 독자들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뉴스스탠드는 네이버가 자사의 뉴스 섹션 트래픽을 회복하기 위한 꼼수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뉴스캐스트라는 당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언론의 책임이 분명하기에 그런 지적은 떼쓰기에 불과할 수 있다.

어차피 물은 엎질러졌다. 언론사들은 선정적인 기사로 또다시 트래픽을 회복하려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전략으로 뉴스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충격과 경악으로 낚았던 이용자들에게 정말 충격받지 않고 싶다면 말이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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