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문구 한 줄이 특종으로 연결"

불법사찰 폭로 '이달의 기자상' 수상한 KBS 송명훈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 KBS 송명훈 기자  
 
파업기자들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KBS 새노조의 파업 채널 ‘리셋KBS뉴스9’팀은 총리실 불법사찰 관련 연속보도로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과 한국방송기자연합회·한국방송학회의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연달아 받았다. 불법사찰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KBS 송명훈 기자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파업 중에 뉴스를 만들었고 특종에 기자상까지 받았다.
“조합원의 근로복지 향상을 위한 일반적 파업과 달리 공정보도를 되살리자는 명분에서 하게 된 파업이었기에 내적 투쟁만 할 순 없었다. 기자로서 사명감을 갖고 제대로 된 보도를 하고 싶었다. ‘리셋KBS뉴스9’는 정규방송이 아닌 해적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보도에 상을 준 건 너무나 오랫동안 침묵에 잠겨 있던 비상식적인 일들을 세상에 드러낸 것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본다.”

-총리실 불법사찰을 집중취재하게 된 이유는.
“국가권력이 한 개인을 옥죄어 권력의 유지수단으로 이용했다는 건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상징이다. 한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본질은 불법사찰 그 자체인데 언론에서 이슈화시켰던 건 증거인멸 과정이었다. 본질을 파헤쳐보고 싶었다.”

-문건을 입수하게 된 과정은.
“판결문에 ‘하명사건 처리부’라는 말이 있었다. 이와 관련한 문건이 있을 거란 믿음으로 사건 기록을 찾아봤다. 1만5000페이지에 달하는 공판기록을 전부 읽어보다가 첨부된 CD가 있다는 걸 알아냈다. 증거열람 복사신청을 해서 CD를 확보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쪽에서 받지 않았느냐는 의문도 제기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문건을 확보했을 당시 기분이 어땠나.
“기자로서 정말 흥분됐다. CD를 가지고 노조사무실에 들어갔는데 다들 ‘대박’이라고 외쳤다. 즉석에서 회의를 진행했고 뉴스팀 모두 의욕이 넘쳤다. 사찰을 취재하다 보니 괜한 상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서초동 대법원에서 CD를 들고 운전해서 여의도동 KBS까지 오는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백미러를 봤다. 혹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따라오는 건 아닌지 무의식적으로 걱정이 됐다.”

-불법사찰 관련 기성언론의 보도를 어떻게 봤나.
“사건의 핵심은 총리실 조직이 정당한 권한을 넘어서서 정권의 유지를 위해 이용됐다는 사실이다. 언론이 이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정권의 도덕적 문제를 지적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있어서 정치진영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게 해석하는 면이 있었는데 일부 언론이 이에 편승해 본질을 모른 척했다. 하지만 결국 이 사건은 묻히지 않았을 것이다.”

-리셋뉴스팀은 외부에선 기자상을 두 차례나 받았는데 회사에선 인사위에 징계 회부됐다.
“리셋뉴스팀을 징계한다고 해서 회사가 얻을 것은 없다. 우리 팀은 기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런 취지에서 만든 팀인데 회사의 징계대상이 됐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징계를 당하더라도 우리 기자들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양성희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