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같은 개혁으로 옛 명성·자존심 되찾겠다"

한국일보 이충재 신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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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충재 편집국장  
 
“직무수행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수시로 각 부서 부장을 교체하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대기발령하겠다. 나 역시 1년 후에 중간평가를 받겠다. 그 전이라도 신문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물러나겠다.”(14일 편집국장 임명동의 투표 청문회에서)

이충재 한국일보 신임 편집국장이 배수진을 쳤다. 한국일보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일념에 편집국 분위기도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신망이 두터웠던 선배가 수장이 된 터라 긴장감은 물론이고 전의마저 불타고 있다.

24일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만난 이충재 편집국장은 담담해 보였다. 하지만 결의 같은 것도 엿볼 수 있었다. 그에게 조심스레 소회를 물었다.

“한국일보는 과거 4대 일간지로 1등 신문을 꿈꾸며 열과 성을 다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경영이 악화됐고 신문도 계속 추락해 왔죠. 이제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습니다. 많은 기자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고 한국일보를 재건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죠. 신문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각오로 개혁 작업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는 ‘혁명에 가까운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자들에게도 “이 상태로는 안된다.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피와 눈물과 땀이 뒤따르지 않으면 신문은 손톱만큼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편집국장은 그 일환으로 업무능력만을 평가해 제일 유능한 간부를 보직 부장에 발탁했다. 또 편집국장과 각 부서 부장이 직접 참여하는 지면개혁 태스크포스팀을 꾸렸고 편집부와 주말 판인 H섹션팀도 지면개편 작업에 나섰다.

그는 기자들의 자존심을 되찾아 주고 싶어하는 듯했다. ‘스트레이트’를 강조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타 언론과의 적극적인 경쟁을 통해 언론계에서 먼저 자존심을 되찾고 이후 시장에서도 인정받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편집국장은 “스트레이트의 비중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신문이라는 것은 새로운 소식을 먼저 알려주고 이슈를 선점하면서 힘을 얻는다”며 “신문 간의 경쟁을 무시할 수 없다.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고 내부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가 지향하는 ‘중도비판’도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뀌었다. 기계적인 중도가 아니라 이슈가 발생하면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중도라는 것이 기계적·산술적 균형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한국일보가 중도비판을 지향했지만 외부에서 인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걸 자인합니다. 현안이 터지면 적극적으로 이슈 파이팅을 할 겁니다. 스펙트럼을 왼쪽이든, 오른 쪽이든 넓게 가져갈 것입니다. 진보가 문제 있다면 진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보수가 문제 있다면 보수를 적극적으로 비판할 것입니다. 그게 우리가 주장하는 개혁적, 적극적 중도입니다.”

실제로 그는 부국장 시절 칼럼을 통해 진보, 보수 양쪽에 날선 비판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그의 비판을 비껴가지 못했다.

이충재 편집국장은 사실 언론계에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신민당 창당 방해사건 △용산 미군기지 이전 백지화 등 수많은 특종을 했던 사회부 베테랑이다.

그런 그도 “혼자만으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다수의 참여가 없이는 신문의 변화,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편집국은 그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는 게 여러 기자들의 말이다. ‘해보자’는 말들도 많이 나온다고 한다. 경영진도 신문의 변화를 위해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1년 후 한국일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는 이유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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