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인가, 천황인가

언론, 일본국왕 표기 제각각

일왕인가, 천황 혹은 일황인가.

‘일본 국왕’의 호칭을 두고 언론사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한 언론사 내에서도 일왕, 천황, 일황 등 여러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일왕이라고 표기하는 언론사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이며, 천황이라고 표기하는 곳은 동아일보, 한국일보, MBC 등이다. 또 대한매일, 문화일보, KBS, SBS는 일왕, 천황, 일황 등 여러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천황이라고 표기하고 있는 동아, 한국은 정부의 표기 방침을 준용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방일할 무렵 공식 외교 문서에 천황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일보의 경우 사내에서도 호칭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새롭게 논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장훈 국제부 차장은 12일자 칼럼을 통해 “일본의 왕을 천황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조선시대의 왕을 ‘왕’으로 부르고 있는 우리가 일본의 왕을 왕보다 한 단계 높은 천황이라고 불러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대한매일은 여러 호칭을 사용했으나 20일부터 표기를 일왕으로 통일하기로 했다. 앞서 구본영 논설위원은 7일자 칼럼에서 “하늘이 내린 황제라는 천황 호칭을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MBC는 17일 자사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천황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천황이라고 부르는 게 글자 뜻 그대로 ‘황제 위의 황제, 하늘의 황제’를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아니라 대통령, 주석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직함을 나타내는 고유명사로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체로 일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언론사는 “천황은 일본 사람들이 그들의 왕을 받드는 표현”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 왕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일왕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엄민용 말과 글 편집장은 “천황은 군국주의 색채를 띠며, 그 나라 국민이거나 속국의 국민이 사용하는 호칭으로 우리의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엄 편집장은 또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나온 사전에도 히로히토에 대해 제124대 일본국왕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미국의 대통령, 중국의 주석처럼 각국 원수급에 대해서는 각국에서 사용하는 대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며 천황으로표기할 것을 제안했다.

박주선 기자 박주선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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