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의문점 조목조목 제기

"잠수함 위성사진, 상어급 가까워" …검증위 제시 의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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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일 천안함 검증위 기자회견에서 노종면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이 기자들에게 검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 구성한 '천안함조사결과언론보도검증위'는 합조단이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한 버블제트 폭발로 침몰했다며 제시한 증거가 과연 충분한 설득력이 있는지 외부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검증했다고 밝혔다.

1.북한 ‘1번’ 어뢰, 설계도와 일치?

검증위는 합조단이 근거로 제시한 북한 어뢰 설계도에 적힌 일본어의 정체에 대해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합조단은 “이 일본어의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으나 특별한 의미없는 표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 없이는 설계도의 신빙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리미터(mm)까지 완벽히 일치한다는 합조단의 설명과 달리 설계도와 발견된 어뢰 모터· 프로펠러 부분이 똑같다고 단정 짓기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설계도 상에는 모터 부분이 직사각형이나 실제 발견된 모터는 유선형이라는 것이다. 검증위가 무기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무기 부품은 설계도에 윤곽만 표기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얻었으나 상세 설계도면이 있다면 원본을 공개해야 하며 공개적인 정밀 실측 대조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맨위 사진은 합조단이 공개한 설계도면. 모터 부분이 직사각형으로 나와있다. 반면 아래 사진에 실제 모터는 유선형으로 돼있다. 맨 아래 오른쪽 사진은 검은색 페인트가 칠해진 어뢰프로펠러 부분. 왼쪽 사진 실제 프로펠러는 폭발열로 페인트가 타버리고 없다. 그러나 바로 앞에 있는 '1번'은 선명하게 남아있다.<자료=천안함 검증위>  
 


어뢰의 표면 페인트는 폭발열로 녹았는데 ‘1번’ 표시는 멀쩡한 점도 의문으로 제기했다. 폭발이 수중에서 일어났고 폭발한 지점에서 5m 가량 떨어졌기 때문에 1번 표시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합조단의 해명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검증위는 1번 표기 부분과 붙어있는 프로펠러의 검은색 페인트도 타버렸다며 폭발지점과 떨어져 글자가 남아있다는 해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1번이라는 표기가 북한식 표기라고 단정할 근거도 불충분하다고 꼬집었다. 검증위는 다수의 북한 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 “‘번’이라는 글자는 북한에서 물품을 표기할 때 쓰는 것으로는 생소하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에서 물품을 표기할 때 ‘번’을 쓰는 사례가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뢰의 부식 상태가 함체와 비교할 때 더 심하다는 주장에 대한 합조단의 해명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합조단은 어뢰와 함체의 부식상태가 “육안으로 판단해 비슷하다”고 했으나 과학적 분석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다.

2.알루미늄산화물, 증거 될 수 있나?

천안함 연돌과 어뢰 프로펠러 등에서 함께 발견됐다는 알루미늄 산화물도 증거로서 충분치 못하다는 반론도 제시했다. 알루미늄 산화물은 일반 어선 프로펠러에서도 흔히 발견된다는 것이다. 합조단은 ‘에너지분광기’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함체와 어뢰 잔해, 모의폭발시험에서 나타난 흡착물질이 거의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X선 회절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모의폭발시험에서는 폭발로 결정화된 알루미늄이 발견됐는데 함체와 어뢰 잔해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함체에서 발견된 RDX, HMX, TNT 등 폭약 성분을 볼 때 북한이 보유한 ‘SAET-60M 중어뢰’가 자명하다고 밝힌 합조단의 발표도 단정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합조단 자료에 따르면 북한 어뢰는 RDX와 TNT로 구성되지만, 미국 등 서구국가에서 사용되는 ‘베컴’ 방식의 폭약도 RDX와 HMX로 이뤄지므로 좀더 과학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 <자료=천안함 검증위>  
 
어뢰가 폭발했는데도 파편이나 선체 파공이 없는 점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어뢰발사 실험을 통해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3.11.8초 만에 1백 미터 물기둥 볼 수 있나?

사고 당시 백령도 초병이 물기둥을 목격했다는 증언은 결정적인 증거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군의 물기둥 관련 증언이 계속 번복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2일 김태영 국방장관이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작은 규모의 물기둥이 관측됐으나 신빙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합조단 발표에서는 “높이 1백m, 폭 20~30m 물기둥이 목격됐다”고 바뀌는 등 물기둥 발언이 3차례나 번복됐다는 것이다.




   
 
  ▲ 폭발후 물기둥에 대한 당국의 발표는 번복을 거듭했다. <자료=천안함 검증위>  
 


초병이 폭발 소리를 듣고 높이 1백m의 물기둥을 목격할 수 있느냐는 계산 근거도 제시했다. 3백40m/s(초)인 소리의 전달 속도와 최소 4km의 관측 거리를 감안하면 폭발 뒤 소리가 전달되는 데는 11.8초가 걸린다. 그러나 버블제트로 발생한 물기둥이 최고점인 1백m까지 올라가는 데는 통상 4~5초가 소요되며 기둥이 완전히 소멸되는 데는 15초가 걸린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초병이 폭발음을 듣고 목격했다면 1백m 최고점에 이른 물기둥을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 군의 백상어 어뢰를 사용한 폭발 실험 동영상을 근거로 천안함 견시병이 물기둥을 못 봤다는 사실도 의문점으로 제시했다. 합조단도 완료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함체 절단 시뮬레이션도 다양한 변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4.함체 변형, 잠항 능력 의문

함체 절단면 역시 충격 방향만 설명됐을 뿐 충격을 준 원인에 대해서는 주관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폭발이 일어나면 보통 열 흔적이 있는데 절단면 전선 피복이 녹지 않은 것도 이상하다는 입장이다.

천안함 밑바닥에 나타난 긁힌 흔적도 버블제트의 결과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좌초에 의한 긁힌 흔적이라는 주장을 불식시킬 과학적 설명이 없다는 점도 제기했다. 가장 흔적이 많았던 좌현 부분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의문부호를 달았다.

스크루가 구부러진 이유 역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조단의 설명은 엔진이 급정지하면서 멈춘 스크루를 7백mPa(파스칼)의 물 관성력이 변형시켰다는 것. 이를 입증하려면 수치가 나온 산식을 공개하고 실제 급정지 실험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침몰 시 스크루가 해저에 닿아 손상됐다”는 합조단의 애초 해명이 관성력 때문이라고 바뀐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던졌다.

김태영 장관이 애초 “북한 잠수함의 잠항능력이 떨어지고 속도도 늦어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 것을 근거로 4~6일간 잠항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지목한 북한 연어급 잠수함 구글어스 위성사진의 실제 길이를 계측했더니 길이 32~35m, 폭 3.5~4m로 나왔는데 이는 상어급 잠수함에 해당된다는 점도 밝혔다.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천안함 특위에서 제시한 잠수함 위성사진도 흘수선을 고려할 경우 길이가 약 34m에 달한다며 추가로 제시했다.




   
 
  ▲ 국방부가 제시한 연어급 잠수함의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실제 계측해본 결과 길이가 32~35m가 나왔다. 이는 길이 34m인 상어급 잠수함에 해당한다. <자료=천안함 검증위>  
 
5.폭발 뒤 동영상 버블 흔적이 없다?

검증위는 여러 가지 의문 중에서도 반드시 규명돼야 하는 것을 ‘천안함 7대 의문’으로 정리했다.

TOD(열상감응장비) 동영상 문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지난달 28일 마지막으로 공개한 동영상 외에 과연 다른 것은 없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폭발 36초 후 촬영됐다는 이 동영상에는 함수와 함미가 근접돼있으며 버블제트 폭발 시 보통 해면에 남아있는 버블 흔적이나 물안개가 전혀 없다며 이 또한 해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맨 위 사진은 합조단이 5월28일 마지막으로 공개한 폭발 36초 후 동영상. 함미와 함수가 근접해 있다. 아래 왼쪽은 해군의 백상어 어뢰 폭발 실험 뒤 해면에 버블 흔적이 남아있는 사진. 오른쪽은 버블제트 후 물안개가 남아있는 사진. <자료=천안함 검증위>  
 
항적 공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 지점 좌표가 왔다갔다하기 때문이다. 군 당국이 3월26일 발표한 좌표와 4월7일 밝힌 좌표는 2.17km 떨어져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회 특위에서 밝힌 대로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상에서 천안함이 없어진 지점은 이 좌표에서 서북쪽으로 더 올라갔다. 또한 어뢰 잔해가 발견된 지점은 KNTDS에서 사라진 좌표에서 6백m 남동쪽인데 어뢰 모터 추진체와 프로펠러가 같은 지점에 떠내려 왔다는 점도 의혹이라고 했다.




   
 
  ▲ 천안함 침몰 좌표가 정확치 않다는 지적이다. 3월27일 '최초 좌초' 지점과 3월26일 발표 지점, 4월7일 정정 지점이 2.17km 차이가 난다. 5월24일 국회 천안함 특위에서 제기된 바에 따르면 KNTDS상 천안함이 사라진 지점은 서북쪽으로 더 올라가있다. <자료=천안함 검증위>  
 
6.그 밖의 의문들

7개 의문 이외에 사고 발생 초기 해군이 유족에게 공개한 해도에 ‘최초 좌초 지점’이라고 적혀있는 것도 규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군은 KBS ‘추적 60분’의 질문에 “유족이 설명을 들으며 독자 판단으로 적은 듯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도에는 정확한 위도가 적혀있어 군전문가가 직접 썼거나 당국의 브리핑을 받아적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KBS와 MBC가 6일 보도한 바대로 제3부표 지점에서 헬기가 인양한 미확인 물체는 무엇이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방송사의 자료화면이거나 해저 물체를 찾는 ‘디핑소나’ 탐지 장비라는 게 군 당국의 해명. 방송사에 확인한 결과 자료화면은 아니었으며 실제 사진과 비교한 결과 디핑소나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화면을 확대해 살펴본 결과 일부 주장처럼 미사일 어뢰, 구조용 들것일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4월25일 첫 공개됐을 때는 멀쩡했던 천안함 바닥의 소나돔 표면상태가 5월19일에는 파손돼있는 것도 검증돼야 한다고 했다.

검증위는 이와 함께 △합동조사단 해체 △군 지휘라인 전원 수사 착수 △국정조사 즉각 실시 △증인 접촉 보장 △국내외 조사위원 신원공개 및 접촉 보장 △항적·교신 정보 전면 공개 △언론 기능 회복·탐사보도 확대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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