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발 MBC 친정체제 구축 저항

황희만 부사장 임명해 노조와 약속 파기
파업 출정식…이근행 위원장 "살의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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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노조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에서 조합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MBC 노조 총파업 돌입 이유


5일 오전 10시 20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 ‘민주의 터’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MBC 노조의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기자, 프로듀서, 아나운서, 기술직 사원 등 300여명은 ‘김재철 퇴진’ 등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MBC 사옥에 구호와 함성소리가 울린 것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2월26일 김재철 청주MBC 사장을 MBC 새 사장으로 확정한 이후 40여일 만이다.

MBC 노조는 김 사장이 지난 3일 ‘낙하산’ 논란을 불러온 황희만 특임이사를 부사장으로 임명한 데 반발해 5일 오전 6시를 기해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 진상규명과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총파업 투쟁에 전격 돌입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 4일 방문진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황희만·윤혁 본부장의 보직 사퇴를 조건으로 노조와 회사 정상화에 합의한 뒤 당시 황 본부장을 특임이사, 윤 본부장을 MBC 프로덕션 사장에 임명했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지난 3일 황 특임이사를 부사장에 임명하면서 노조와 합의했던 회사 정상화 방안을 폐기했다. 총파업을 보류하면서 김 사장과 관계 정상화에 나섰던 MBC 노조로선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김재철-황희만-전영배’ MBC 장악 삼각편대

노조는 특히 천안함 침몰사건 와중에 김 사장이 황 특임이사를 부사장에 임명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온 국민이 천안함 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총파업은 여론의 외면을 받을 수 있고, 파업에 돌입한다고 해도 천안함 이슈에 묻힐 수도 있다.

김재철 사장은 이런 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해 기습 인사를 단행했다고 MBC 노조는 분석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2일 오후 황희만 특임이사를 부사장으로 임명한 직후 한 고위 간부가 노조의 반발을 우려하며 “지금은 타이밍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자 김 사장은 “아니야, 지금이 타이밍이야”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는 황희만 특임이사의 부사장 임명으로 ‘김재철-황희만-전영배’로 이어지는 청와대의 MBC 친정체제가 구축됐다고 보고 있다.

15년 동안 MB와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재철 사장,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고교 선배이자 대학 동창인 전영배 기조실장, 방문진이 뉴스 프로그램 장악을 위해 보도본부장으로 임명했던 황희만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삼각편대’가 청와대 친정체제를 완성했다는 분석이다.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은 황희만을 복귀시키고 김우룡 전 이사장에 대한 형사고소 약속을 파기했고, 김 전 이사장은 미국으로 도피할 예정에 있다”며 “MBC에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신동아 보도로 드러난 MBC 장악 과정의 전모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퇴진, MBC 장악 과정 전모 밝혀야”

MBC 5일 오전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MBC는 "황희만 부사장 임명과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 고소 문제는 파업 대상이 아닌 만큼 명백한 불법 파업"이라며 파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이날 출정식은 ‘김재철 사장의 거짓말 동영상’,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과 비대위의 투쟁과정에 대한 경과보고, 각 부문별 부위원장 발언, 황성철 수석부위원장과 이근행 노조위원장 발언, 결의문 낭독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근행 노조위원장은 출정식에서 “김재철 사장이 황희만 특임이사 임명을 강행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노조를 없애고 말겠다는 살의를 느꼈다”며 “남겨진 것이 하나 없는 때가 됐다. 앞만 보고 싸우자”고 말했다.

MBC 노조는 파업 결의문에서 “MBC 장악을 위한 정권의 용병, 사기꾼 김재철은 즉각 퇴진하고, 이명박 정권은 청와대와 방문진, 김재철로 이어지는 MBC 장악 과정의 전모를 낱낱이 실토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정치권은 당장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혁에 당장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총파업 지침을 통해 천안함 침몰사건 보도와 관련해 보도 부문 36명, 기술 부문 5명, 영상미술 부문 6명 등 47명을 제외한 전 조합원들에게 파업지침에 따라 행동할 것을 주문했다.

출정식을 끝낸 MBC 노조는 오후에 각 부문별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파업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19개 지역MBC 노조 가운데 17개 지역 노조가 이날 파업을 결의했고, 7일 오후 서울과 지역 조합원이 참석하는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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