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을 보도하지 않는 보수신문들

[언론다시보기]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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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돈 교수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정권 차원에서 추진해 온 역점사업은 미디어법 개정, MBC PD수첩 기소, 세종시 수정, 그리고 4대강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법은 국회통과에는 성공했지만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법’ 판정을 받았고, PD수첩 기소는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대통령과 총리가 앞장서서 밀어붙이고 있는 세종시 수정도 앞날이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역점사업 중 오직 4대강 사업만이 굴러가는 형상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시민사회와 종교계, 그리고 야당의 극심한 반대에 봉착해 있다.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이 제기되어 있고, 천주교와 불교는 교단 차원에서 이를 저지하기로 결의했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한강 여주에선 3곳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강바닥을 파헤침에 따라 강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식생이 마구잡이로 파괴되고 있다.

낙동강에선 강바닥을 파헤치자 오염된 퇴적층이 나와서 공사를 계속할 경우 수질에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해물질을 함유한 시커멓게 썩은 준설토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곳에 따라선 암반이 나타나 굴착기를 동원하고 폭약을 사용해서 폭파를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임기 내에 준공하겠다는 만용을 부려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데, 이로 인해 반만년 우리 역사와 함께했던 4대강의 자연과 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엄청난 돈을 들여 홍보를 했음에도 4대강 사업에 대해선 국민의 3분의 2가 반대하고 있다. 천주교와 불교가 교단 차원에서 이 사업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한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외국의 저명한 과학잡지 기자가 현장을 방문하고 법원 심리를 방청했는가 하면, 일본에선 교수와 전문가로 구성된 방문단이 멀쩡한 강바닥을 파헤치는 공사현장을 찾아보고 걱정을 했다.

이 정도 논란이 있는 4대강 사업이라면 그 사업의 당부당(當不當)을 떠나서 신문은 자주 보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른바 ‘보수신문’이라는 몇몇 신문은 ‘4대강’을 아예 다루지 않는다. 남한강에서 공사를 하다가 오염사고가 나고 주변의 멸종위기종자의 서식지가 파괴되어도, 낙동강에서 오염된 퇴적토가 나와도 이에 대한 기사 한 줄이 없다. 착공을 하고도 준설토를 쌓아 놓을 곳이 없어서 공사가 중단됐다거나, 자전거 도로를 만들기 위해 유기농가를 철거하기로 했다는 사실도 이 신문들에는 기사감이 안 된다. 4대강 사업 자체가 사실상 운하라든가, 또는 4대강 사업이 경제성이 없다는 논의도 이 신문들에선 찾아 볼 수 없다.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서울, 부산 등 4개 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이 제기되어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도 이 신문들에는 그런 기사가 아예 없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해 천주교 주교(主敎)가 야외에서 미사를 열어도, 신부들이 릴레이 단식을 해도, 또 사찰에서 2천명 신도가 모여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법회를 열어도 이 신문들은 한 줄 기사를 쓰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4대강에 관한 정보가 막혀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3분의 2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을 웅변으로 증명한다. 컴퓨터만 켜면 인터넷 신문과 블로그가 4대강에 관한 뉴스를 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한 여론조사가 노년층, 저학력층, 저소득층에서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고 분석한 결과와 맥을 같이한다.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는 노년층과 저학력층에서 4대강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말하자면 지하철 경로석에서 앉아 종이신문을 보는 계층, 그리고 신문과 인터넷을 아예 안 보는 계층에서 4대강에 대한 지지가 높은 셈이다.

신문은 편집방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4대강 사업에 찬성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4대강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보도하고, 그런 다음에 4대강 사업이 옳다고 당당하게 논지를 펴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극단적 환경주의자라든가, 좌파 집단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무언가 의견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럼에도 보수신문들은 4대강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른 신문과 인터넷 매체가 4대강을 보도하기 때문에 유신체제나 5공화국에서와 같이 권력의 탄압이 있어서 이렇게 침묵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 이 신문들이 4대강에 대해 침묵을 하든 간에 4대강에 관한 뉴스는 다른 경로를 통해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가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하던가.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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