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기자에게 약 될까 독 될까

언론사마다 활용방안 모색…속보·동영상 전송 스트레스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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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과천정부 청사를 출입했던 A기자는 남태령 고개를 넘다가 호출기에 찍힌 회사번호와 ‘8282’라고 찍힌 숫자를 보고, 타고 가던 버스에서 황급히 내려 사거리 인근 상점 앞 공중전화기로 내달렸다.

약 20년 지난 지금 그는 부장으로서 스마트폰의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호출기에 이어 휴대폰, 그리고 스마트폰 등 시대변화에 따라 취재 도구 역시 급변하고 있다.

취재기자를 비롯해 모든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검토하는 언론사가 늘어나면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둘러싼 고민 역시 커지고 있다.

한 비편집국 직원은 “회사에서 시범적으로 아이폰을 나눠주는데 속으로 나한테까지 안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며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의미인데 사업모델이 쉽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기자들의 역할 변화도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한 기자 출신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이동 중에 자유롭게 단문의 기사를 쓰고 이메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를 바로 수집할 수 있는 등 이동형 컴퓨터”라며 “그러나 40대 이상 기자들 가운데선 어플을 어떻게 내려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등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급하는 회사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지급받는 기자들 역시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보급 초기에는 어플을 내려받기는 물론 통화방법조차 몰라 혼선을 빚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선은 지난달 6일 사내의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활용교육을 실시했고 한겨레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전 직원들에게 활용방안을 전파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현장에서 스마트폰의 활용방안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헤럴드미디어가 4월1일 선보이는 통합솔루션은 기자들이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속보로 전송하면 이를 홈페이지나 트위터, 블로그 등 SNS를 통해 확산시키는 시스템이다.
헤럴드는 논설위원을 포함해 모든 기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할 예정이다. 현재 교열·편집기자 등 모든 기자들이 올리는 ‘생생코스닥’처럼 일정 이상의 속보를 올리는 기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아이폰 1백58대를 지급한 CBS 역시 ‘아이폰용 뉴스룸’을 검토하고 있다.
CBS 민경중 보도국장은 “아이폰을 이용해 기자들이 텍스트와 동영상, 사진 등을 쏘면 뉴스룸에서 간단한 편집을 거쳐 바로 인터넷 노컷뉴스와 트위터 등에 바로 올리는 시스템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 속에서 기자들에게 속보를 일정 이상 의무화하는 것은 지면 콘텐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경제 김광현 기획부장은 “가장 처음 듣는 속보성 기사를 안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속보에만 매몰되면 전문화하기 힘들다”며 “모바일 콘텐츠의 유료화를 위해 기자들이 하루 1~2건의 속보를 쓸 수 있는 있지만 뉴스캐스트처럼 베껴 쓰기가 되풀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 엄호동 뉴미디어전략실 기획마케팅 팀장은 “주요 신문사들이 한때 유행처럼 기자들에게 캠코더를 나눠졌지만 숙련된 인력이 아닐 경우 방송보다 세련미나 속보성이 뒤처질 수밖에 없어 실패했다”며 “그러나 스마트폰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올릴 수 있는 어플이기 때문에 또 다른 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남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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