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보도 '애국주의'에 갇혔다

보수·진보언론 막론 중계방송식 보도 급급

  • 페이스북
  • 트위치

   
 
  ▲ 한승수 국무총리 등이 25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통제동에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발사되는 장면을 바라보며 축하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나로호에 탑재된 과학기술위성 2호의 목표궤도 진입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우주개발 닻 올렸다…10대 강국 성큼’ ‘취재진도 나로호 발사 성공에 환호’ ‘만세 만세 나로호 7전8기 끝에 마침내’ ‘세계 10번째 우주를 열다’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 발사 성공에 25일 언론들도 함께 환호했다. 그러나 발사 1시간 만에 당초 예정된 궤도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래가지 못한 성공의 환희’ ‘시민들 아쉬움’ ‘발사 1시간 만에 싸늘’ 등 곧 흥분은 잦아들었다.

언론의 나로호 관련 보도는 우리 저널리즘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의 종합판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기적 연구와 체계적인 지원 마련 등 본질적 분석을 지향하는 차분한 접근보다는 중계방송을 하는 듯한 ‘냄비식’ 보도가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김승조 서울대 교수(항공우주학과)는 발사 연기 후 지난 11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시론에서 “이번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의 기술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것인 데다 각종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느라 급히 계약을 체결한 데 근본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으나 대부분의 언론은 전문가들의 진단을 정작 기사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나로호 개발이 ‘동북아 군비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간과됐다. 뉴욕타임스, BBC, 아사히신문, AP통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국 언론들은 나로호 발사가 북한 등을 자극해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국내 언론도 이를 인용했으나 “나로호 발사 놓고 해외시각은 딴지?” 등 우주산업 경쟁국들의 트집잡기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전달했다. 실제 북한은 “UN이 한국의 로켓 발사에도 공평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며 “나로호 발사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반응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보도 형태는 보수·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종의 ‘민족주의·애국주의적 프레임’이 다른 요소를 압도했다는 면에서 진보언론도 차별화된 보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규찬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우리 언론이 대중적으로 흥행 요소가 있는 나로호 발사를 정치적·민족적 이벤트로 설정하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면서 과장된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나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사건이 사회에 커다란 파급력을 끼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로켓에 박힌 태극기 등으로 대표되는 애국주의적 상징 정치의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