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실명보도 명예훼손인가

박형상·전연진·안철현 변호사 "문제 없다"
김대중 고문 "음해·주도한 측 상응한 벌"

  • 페이스북
  • 트위치
장자연 리스트 관련 ‘조선일보 실명보도’를 둘러싸고 법리해석이 분분하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조선일보 임원의 실명을 표기할 경우 명예훼손 범주에 드느냐는 논란이다.

실제 현재까지 몇몇 인터넷 언론과 경향신문이 기사와 사설을 통해 조선일보 임원의 실명을 밝혔을 뿐 대다수 언론들은 ‘조선일보 고위간부’라고 표기하고 있다.

주요일간지들은 6일 이종걸 의원의 공개발언이 있었음에도 법적 공방을 우려해 ‘OO일보 고위임원’으로 표기했으며, 10일 조선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후 ‘조선일보’를 밝혔으나 해당 인사에 대해서는 실명 대신 ‘고위간부’ ‘특정임원’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발언 전달 문제 없어”

본보가 인터뷰한 법조인들은 이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거론된 것인 만큼 이를 전달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박형상 변호사는 “이종걸 의원이 실명을 포함해 국회 석상에서 한 발언을 객관적으로 옮기고 조선의 반론을 다뤄준다면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며 “조선이 소송을 제기해 번거로울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연진 명예훼손 전문 변호사 역시 “출처 없는 내용을 유포시켰을 경우 문제가 되겠지만 국회의원의 발언을 옮기는 것은 ‘전달’로 명예훼손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철현 언론분쟁 전문 변호사도 “결론적으로 이종걸·이정희 의원이 실명을 거론했고 이를 밝히는 것은 문제없다”며 “또한 공인임이 명백하고 누구나 관심을 가진 사안인 만큼 두 국회의원에게도 위법성 조각사유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두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치의혹 등 공익에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고 입증된 사실이 아닌 만큼 당연히 명예훼손”이라며 “TV토론, 인터넷 등에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면책특권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 실명 거론 언론사 항의

조선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조선은 6일 OO일보 대신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 이종걸 의원에게 공문을 보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에도 전화를 걸어 ‘법적 검토’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인터넷 언론의 취재기자는 “보도가 나간 당일 조선일보에서 전화를 걸어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기사를 내리라고 항의해 왔다”며 “자문 변호사와 상의한 후 올린 기사라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넷 언론사 기자도 “조선일보에서 전화가 와 기사에 대해 항의했다”며 “법적 자문을 한 만큼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대가 누구든 가차 없이 대결”

김대중 고문은 이런 가운데 13일 칼럼 ‘조선일보의 명예와 도덕성의 문제’를 통해 강력대응을 시사했다.

김 고문은 “조선일보의 누구든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것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조선일보 차원에서도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고 그 상황에서는 조선일보 측의 결백을 믿어온 임직원부터도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이 터무니없는 모함과 모략, 그리고 그에 편승한 권력적 게임의 소산으로 밝혀지면 그것을 주도하거나 옮기거나 음해한 측 역시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자기편의주의” 비판
한겨레는 조선의 이런 태도에 대해 13일 사설 ‘조선일보사의 명예훼손죄 고소 ‘유감’’에서 “이중적이고 자기편의주의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 사설에서 “언론보도 관행을 보면 ‘사회적 공인’의 경우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특히 조선일보는 그동안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국회의원들의 폭로나 의혹 제기가 있으면 앞장서서 실명을 적극적으로 거론하는 편이었다”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