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따뜻함 안고 독자들에게 꿈을 돌린다

[송년특집 르포-그래도 언론이 희망이다]신문유통원 관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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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르포-그래도 언론이 희망이다]


무자년(戊子年) 한해가 가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1년이었다. 내년에는 더한 어려움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인들은 현장을 지키며 울고 웃었다.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언론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다. 송년 특집으로 신문·방송의 최일선 현장인 신문보급소(신문유통원 관악센터)와 방송 송신탑(KBS 남산 송신소)을 찾았다.



22일 월요일 새벽 1시30분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신문유통원 관악센터. 여기저기서 신문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본지에 섹션을 끼워 넣는 삽지 작업이 시작되자 직원들의 손이 더 빨라졌다. “척척척 척척척” 두 묶음의 신문이 금세 하나가 된다. 신문을 끼워 넣던 이원섭 센터장은 “옛날엔 이것보다 훨씬 빨랐어요. 아이고, 손이 무뎌졌네!”라며 웃었다.

새벽 2시 배달원들도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해 신문을 나누고 정리하느라 분주하다. 점퍼에 마스크, 장갑까지 모두 중무장. 오늘도 한 사람당 3백부가 넘는 신문을 돌려야 한다. 신문의 하루가 월요일보다 먼저 시작되고 있었다.



   
 
  ▲ 신문유통원 관악센터 배달원 이준철 씨가 배달에 앞서 신문을 정리하고 있다.  
 
무작정 배달원 이준철(43)씨를 따라 나섰다. 현장 맛보기라도 하고 싶어서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타겠다고 우겼다. “오토바이 탈 줄 알아요?” “중학교 때 타봤어요.” “하하하, 그럼 먼저 갈 테니 조심해서 따라와요.”

그리곤 동행이 시작됐다. ‘왕배달’ 이 씨의 오토바이를 졸졸졸 따라다니기만 했지만, 그런데도 매서운 바람에 얼굴이 꽁꽁 얼었다. 오들오들 떨었다. 백여 곳을 돌았을까. 1시간가량 골목을 누빈 후 이 씨가 빼준 자판기 커피. 세상의 어떤 커피보다 달았다.

“많이 춥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런 날씨를 더 좋아해요. 오토바이 시동이 안 걸려서 애를 먹을 때도 있지만 건물을 뛰어다니다보면 땀이 나니까요.”, “매일 새벽에 일하려면 피곤하지 않으세요?”, “괜찮아요. 그게 우리 일이니까요.”

이준철 씨는 1994년부터 신문배달을 했다고 한다. 그때도 지금도 그는 여전히 꿈을 간직한 고시생이다. 생계를 위해 신문을 돌리고 땀을 묻힌다.

“옛날엔 신림동 언덕부터 관악산 아래까지 뛰면서 돌렸어요. 보자기에 신문 1백 부를 싸들고 언덕을 오르는 거예요. 그때는 오늘보다 더 추웠는데, 신문을 다 돌리고 내려올 때는 러닝셔츠 바람이 되더라고요.”
그가 활짝 웃자 몸이 따뜻해 왔다. 신문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땀으로 탄생하는 ‘인간적인 매체’인지 확연했다.

이씨는 “제가 사는 고시원에 다 본 신문을 내다놓으면 게 눈 감추듯 없어져요. 아직 인터넷이 신문을 대체하지 못하는 거예요. 잘 만들어주세요”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신문이 어렵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요즘 그는 여전히 신문의 따뜻함을 믿고 있었다. 그가 다시 골목으로 사라졌다.

새벽 5시, 집에 돌아와 현관 앞에 놓인 신문을 집는다. 차갑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고뇌와 온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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