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압수수색 시도 사례

안기부, 89년 한겨레 편집국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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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SBS 영장집행 기자 반발로 무산



   
 
   
 
검찰이 MBC ‘PD수첩’ 영어 원본 테이프 입수를 명목으로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대 검찰의 언론사 압수수색 시도와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검찰 등 공안당국의 언론사 압수수색 시도 사례는 1989년 한겨레, 2003년 SBS, 2007년 동아일보 등 모두 3건. 이 가운데 한겨레는 편집국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SBS와 동아일보를 상대로 한 압수수색은 기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2007년 7월26일, 27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본사 7층 전산실의 중앙서버에 보관된 신동아 허만섭, 최호열 기자의 e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나섰다. 

옛 중앙정보부가 수사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고 최태민 목사 관련 보고서가 신동아 6, 7월호에 보도된 경위를 밝히겠다는 것이 검찰이 내세우는 압수수색의 이유. 당시 한나라당이 최태민 보고서 유출 경위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동아일보 기자들은 “법 집행을 가장한 국가기관의 언론자유 침해에 맞서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취재원 보호 원칙을 목숨처럼 아끼고 지켜나갈 것”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사건은 동아가 검찰과 협상을 벌여 검찰이 요청한 자료 일부를 임의 제출하면서 일단락됐다.

검찰은 지난 2003년 8월5일 양길승 당시 청와대 부속실장의 몰래카메라 사건과 관련해 SBS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SBS는 그해 8월1일 ‘SBS 8시 뉴스’에서 양 실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K나이트클럽의 실질적 소유주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다고 보도하며 양 실장 일행의 술자리 모습을 담은 ‘몰래 카메라’ 비디오 테이프를 방영했다.

양 실장의 수사 의뢰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제보받은 몰래카메라 테이프 원본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SBS가 받아들이지 않자 SBS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기자들의 반발로 불발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SBS가 제보받은 화면이 불법적인 ‘몰카’라는 점에서 취재원 보호 명분이 약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한국은 물론 세계 언론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언론사 압수수색은 한겨레에서 이뤄졌다.

지난 1989년 7월12일 새벽 6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전투경찰 7백여명을 동원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한겨레 편집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쇠망치와 전기톱으로 편집국으로 향하는 철문을 부수고, 스크럼을 짜고 경찰들의 출입을 막는 직원들을 연행한 뒤 편집국을 수색했다. 

한겨레 편집국 압수수색은 평민당 서경원 의원 방북 사건과 연관돼 있었다. 안기부는 1989년 6월, 한 해 전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 등을 만난 사실을 고백한 서 의원을 구속하면서 그의 방북 사실을 알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한겨레 윤재걸 기자를 수사했다.

윤 기자는 1989년 2월 평민당 김대중 총재 일행의 유럽 순방을 동행 취재하면서 서경원 의원과 대화를 나누다 그의 방북 사실을 듣게 됐고 귀국 이후인 1989년 3월 말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경원을 단독 인터뷰했다. 안기부는 윤 기자가 서 의원으로부터 받은 사진과 취재수첩 제출을 요구했고, 한겨레가 취재원 보호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편집국을 압수수색했다.

박형상법률사무소 박형상 변호사는 “취재자료에 대한 압수수색이 일상화되거나 쉽게 이뤄지면 기자들에게 사전검열의 영향을 미쳐 취재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면서 “세계적으로 취재원 공개에 대한 기자의 증언 거부권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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