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10년 공든 탑 단숨에 허무려는가"

남측언론본부, 선제타격론‧NLL 이성적 대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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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공동대표 김경호‧양승동‧정일용, 이하 남측언론본부)는 31일 논평을 내고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경협을 핵문제와 연계하고 6.15와 10.4 공동선언을 외면하면서 북측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북 핵기지 선제 타격론’과 북방한계선(NLL) 논란에 대한 남측의 이성적 대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태영 합참의장의 보직신고를 받은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남측언론본부는 논평에서 “26일 국회청문회에서 김태영 합참의장이 말한 ‘적(북한군)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한다’는 발언이 선제타격의 개념과 매우 가깝다”며 “이 발언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논리를 상기시키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남측언론본부는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불사한다는 식의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실제 그런 군사훈련을 다년간 실시해왔다”며 “합참의장이나 남측 다른 고위관료들의 대북 강경 발언은 대북관계에서 남측이 미국 대신 악역을 맡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측언론본부는 또 “김태영 합참의장이 이날 국회청문회에서 ‘NLL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켜내야 할 선’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인민군 해군사령부가 29일자 담화에서 ‘남조선군 호전광들은 우리의 인내와 자제력을 오판하지 말고 우리측 영해 침범행위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남측언론본부는 이같은 남과 북의 NLL을 둘러싼 적대적 공방에 대해 “NLL 문제는 6자회담에서 거론된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이 본격화되면 그 해법이 제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NLL문제가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측면에 국한해서 거론되어 사태가 악화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남북이 쌓아올린 10년 공든 탑을 허물지 말고 남북공존 공영의 실용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


[논평] 이명박 정부, 남북이 10년간 쌓아온 평화의 탑을 단숨에 허물려는 것인가!

남북은 지난 수일 동안 한반도를 얼어붙게 할 조치들을 연이어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경협을 핵문제와 연계하고 6.15와 10.4선언을 외면하는 정책방향을 굳히면서 북측은 장기간 침묵하던 태도를 바꿔 핵 문제 등에 대한 대응 입장을 한꺼번에 쏟아놓았다. 북측은 남측 군당국자가 언급한 북핵 기지 선제 공격론, 북방한계선 사수 등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측은 6자회담, 대북 식량 지원 문제 등에서 미국보다 더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조치를 취하고 있어 불안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반도 긴장상황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남북이 지난 10년 동안 공들여 쌓았던 평화의 탑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선언한 합의사항을 외면하고 미국의 네오콘을 능가하는 반(反)북적 태도를 보이면서 북측의 반발과 대응을 촉발해 대립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김대중 정부가 이룩한 대북 교류협력 방안을 이행하면서 실용적인 남북문제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당위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0년간 남북이 쌓아올린 평화의 탑은 남북이 함께 힘을 합쳐 이룩한 것이기에 앞으로 쌍방이 공동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것이 유지되거나 더 높이 쌓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남북관계가 신속하게 정상을 되찾기를 바라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두 가지 문제, 즉 ‘북 핵기지 선제 타격론’과 북방한계선(NLL) 논란에 대한 남측의 이성적 대처를 촉구한다.

김태영 합참의장은 지난 26일 국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김학송(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중요한 것은 적(북한군)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확인해 타격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남측 합참은 이 답변을 일부 언론이 ‘선제 타격론’으로 해석해 보도하자 보도 자료를 내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고 가정했을 때의 대비책에 관한 질문에 대해 핵 억제를 위한 일반적인 군사조치 개념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북측은 지난 29일 김 합참의장이 국회에서 북한의 핵 공격 대책에 관해 답변한 내용을 “선제타격 폭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의 취소와 사과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모든 북남 대화와 접촉을 중단하려는 남측 당국의 입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이 남측 대표단 수석대표에게 보낸 통지문 또한 “우리 군대는 당면하여 군부 인물들을 포함한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 산하 군사논평원도 30일 ‘남조선군 당국자들은 분별 있게 처신하여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김 의장 발언이 남조선 당국의 반공화국 대결정책을 대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 군대도 원칙적 입장을 분명히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먼저 (남측을 향해) 선제타격을 개시하면 (한반도가) 불바다로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잿더미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남측 국방부는 “2~3일 내에 답신을 보낼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모든 군사적 가능성에 대해 대비를 하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다른 많은 국가들의 경우와 같이 군 전략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때 신중을 기하는 것 또한 흔히 있는 일이다. 합참의장의 이번 발언은 남북관계, 6자회담 진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적절치 못했다. 그는 ‘선제 타격(preemptive attack)’이라는 명칭을 사용치 않았으나 그가 발언한 내용은 선제 타격의 개념과 매우 가깝다.

선제 타격은 임박한 전투, 전쟁에서 전략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또는 명백한 공격이나 침략을 분쇄하기 위해 수행된다. 선제 타격은 자위적 군사행동의 하나로 유엔헌장에 의해 정당화 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즉 자위적 군사행동은 외부 군사력에 의한 명백한 군사적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실제 선제 타격은 예방공격(preventive attack)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예방공격은 자위적 군사행동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국제법 위반에 속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예방공격으로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침공했으나 결국 대량살상무기를 발견치 못함에 따라 일각에서 침략전쟁으로 비판받고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 때문에 합참의장이 미래의 가상 상황에 대해 구체적 군사행동을 언급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남과 북은 얼마 전까지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교류협력을 병행해 온 관계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측을 자극하는 발언을 유도하거나 언행을 하는 일이 빈번해진 것은 유감이다. 특히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불사한다는 식의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실제 그런 군사훈련을 다년간 실시해왔다.

남측 노무현 정부는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이 결국 한반도 전면전으로 확대되어 한민족 전체의 공멸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반대논리를 폈고 미국도 그것을 인정한 바 있다. 합참의장의 이번 발언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논리를 상기시키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했다. 이명박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데 합참의장이나 남측의 다른 고위관료들의 대북 강경 발언은 대북관계에서 남측이 미국 대신 악역을 맡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한편 북측은 지난 28일 인민군 해군사령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방한계선(NLL)은 유령선이며 우리 영해에 기어들어 돌아치고 있는 남조선군 전투함선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행위를 결코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는 김태영 합참의장이 청문회에서 “NLL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켜내야 할 선”이라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남조선군 호전광들은 우리의 인내와 자제력을 오판하지 말고 우리측 영해 침범행위를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조선군의 무모한 군사적 도발책동으로 인해 서해 전연해상에서는 언제 무장충돌이 일어날지 모를 일촉즉발의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며 “남조선군이 NLL을 고수하려 든다면 이 수역에서 충돌밖에 가져올 것이 없다”고 말했다.

NLL 문제의 핵심은 NLL이 영토개념이냐 아니면 군사 목적의 안보 개념이냐이다. 이는 NLL이 지닌 역사적 특성, 특히 국제법적 의미 때문이었다. NLL은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질 때 유엔사가 일방적으로 선언한 해상군사분계선이다. 당시 북한은 NLL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 휴전협정에 NLL은 포함되지 않았다. 북측은 지난 1973년 12월 NLL이 일방적으로 선포되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남북은 지난 1991년 체결한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NLL에 대해 양측입장을 반영한 바 있다. 즉 합의서 제11조에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다가 남북은 1999년 6월, 2002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NLL을 둘러싼 무력 충돌을 벌여 양 측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남측은 NLL은 50여 년 동안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를 해 온 데다 해상 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남북 간의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는 태도를 밝혀 왔다. 이에 반해 북측은 2002년 8월 이른바 ‘백서’를 통해 NLL을 비법적인 선으로 규정했다.

NLL 문제는 6자회담에서 거론된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이 본격화되면 그 해법이 제시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10.4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 개발 계획, 남북공동어로 수역 설정을 통한 해결 방안들이 제시된 바 있다. NLL문제는 평화체제를 논의키로 한 6자회담 합의사항, 남북 교류협력의 문호를 확대한 10.4 정상합의 등이 이행되면 그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NLL 문제가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측면에 국한해서 거론되어 사태가 악화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평화의 씨를 뿌려 꽃을 피우기는 어렵고 그것을 파괴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남북문제는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실마리가 풀린다. 상대와 나를 살피는 자세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상대를 반드시 응징한다는 파괴적 발상으로는 평화가 오지 않는다. 남북은 이런 역사적 철칙을 바탕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래야 역사 앞에 떳떳할 수 있고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당당할 수 있다. 남북은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의 대장정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 정상이 선언한 6.15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성실히 이행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이것만이 해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남북이 쌓아올린 10년 공든 탑을 허물지 말고 남북공존 공영의 실용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2008년 3월 31일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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