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문 대북보도 '카더라' 비난

조선 '북한군 지원쌀 전용' 기사 사실처럼 보도...6·15 남측언론본부 16일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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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공동선언실천 남측언론본부(공동상임대표 김경호, 양승동, 정일용)는 16일 ‘‘북한군 대북 지원 식량 전용…’ 문제있다’ 논평을 내고 “몇몇 보수언론이 북측 최전방 부대에서 대북 지원 쌀 마대가 관측된 것을 군량미 전용으로 확대해석해 기사를 썼다”며 “보수 정권 출범을 앞두고 남북 갈등을 부추기는 보수언론의 ‘카더라’식 보도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남측언론본부는 논평에서 14일 조선일보를 필두로 15일 중앙,동아,한국 등이 기사와 사설 등으로 “북한군의 남측 지원 식량 전용을 기정사실화해서 맹렬히 비판한 보도행태는 결정적인 부분에서 상상력으로 빈틈을 메우거나 사고를 멈춘 허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평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14일 1면 머리기사 ‘대북 지원 쌀 일부, 북한군으로’에서 DMZ 인근 부대서 쌀 마대가 10차례 포착된 것을 대북 지원 쌀이 북한군 군량미로 전용된 것으로 확신하는 듯 “북한에 지원한 쌀이 강원도 등 비무장지대(DMZ) 인접 북한군 최전방부대로 유출된 사실을 우리 군 당국이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최근까지 잇따라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논평은 그러나 “조선이 기사 끝 무렵에 가서는 마대 포착을 제보한 소식통의 말이라며 ‘북한군이 쌀 전용을 부인해도 마대들이 최전방 진지 구축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적었다”며 “조선일보의 주장은 ‘북한군의 쌀 전용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 해도 마대의 전방사용이 문제’라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기사는 1면 머리가 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남측언론본부는 “보수 정권이 북에 대해 대결적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언론마저 그런 코드에 맞게 보도하기로 했다면 엄청난 문제”라며 “정권은 유한하되 언론은 임기가 없다는 점에서 언론의 독자성과 자생력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이다.


‘북한군 대북 지원 식량 전용’과 ‘북 주민 22명 귀순 가능성’보도, 문제 있다

남측이 인도적 차원 또는 차관 조건으로 북한에 제공한 쌀 등 식량 마대가 북한군 최전방 부대에서 포착된 것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대북 지원 쌀이 군량미로 전용되었다”라고 단정적으로 보도, 논평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맨 처음 보도한 후 다른 신문이나 방송이 뒤따라 보도한 이 기사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에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생략된 채 상상력이 발휘된 맹점을 안고 있다. 즉 북측 최전방 부대에서 쌀 마대가 관측된 것을 군량미 전용으로까지 확대 해석한 것이다. 남북 갈등을 부추기는 이런 추측보도는 대북 보도에서 지난 수십 년 간 반복된 보수 언론의 고질적 행태다. 특히 보수 정권 출범을 앞두고 대북 정책이 과거 정권과는 방향을 달리 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보수언론의 ‘카더라’식 보도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선일보는 지난 14일 1면 머리기사 ‘대북 지원 쌀 일부, 북한군으로’에서 “DMZ 인근 부대서 쌀 마대 10여 차례 포착, 정부와 군 당국 유출 확인하고도 항의 안해”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이 정부 고위 소식통과 최전방 부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관련기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에 지원한 쌀이 강원도 등 비무장지대(DMZ) 인접 북한군 최전방부대로 유출된 사실을 우리 군 당국이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최근까지 잇따라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북한군 부대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된 쌀이 담긴 마대는 10여 차례에 걸쳐 4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등 동부 및 중부 최전방 군부대 지역에서 북한군이 대한적십자사 마크 또는 '대한민국' 글자가 선명히 찍혀 있는 쌀 마대들을 트럭에서 하역하거나 부대 내에 쌓아두고 있는 모습이 우리 경계 병력에 의해 계속 관측되고 있다. 군 당국은 관련 장면을 찍은 사진도 여러 장 확보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강원도 인제 지역의 북한군 부대에서 '대한민국' 글자가 찍힌 쌀 마대들이 다른 북한 쌀 마대들과 함께 쌓여 있는 모습이 우리 최전방 부대 초병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나 군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도 몇 년 동안 북한 측에 항의는커녕 경위를 묻지도 않아, 남북관계를 의식해 중대 사안을 숨겨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신문은 위와 같이 ‘북한군 최전방부대 유출이 확인’된 것처럼 쓴 뒤 기사 뒷부분에서는 “이 소식통은 우리 측이 지원한 쌀을 전용하지 않았다고 북한군이 부인하더라도 북한군이 이 마대들을 최전방 진지 구축에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썼다. 이 부분에서 기사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결함이 드러난다. 즉 북한군이 쌀 전용을 부인할 경우 마대가 최전방 진지 구축에 사용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DMZ 인근 북측 군부대서 쌀 마대가 10여 차례 포착되었다는 것을 북한군이 쌀을 전용했다는 것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이 신문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마대가 최전방 북측 군진지 구축에 사용된 것이 문제라고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북한군의 쌀 전용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 해도 마대의 전방부대 사용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런 식이면 기사가 1면 머리가 되기 어렵다.

조선일보도 알아챈 것 같은 기사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남한에서 제공한 식량의 마대가 북한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쉽게 발견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을 전후해 북한에 제공된 식량이 2백만 t이 넘는다. 2000년 30만t, 2002년 40만t, 2003년 40만t, 2004년 40만t, 2005년 50만t, 2007년 40만t 등이다. 이들 식량은 40kg 들이 마대에 담겨 보내졌다. 그 마대에 대한민국 또는 대한적십자사라는 마크가 찍힌 것은 수년전부터이다. 따라서 북한에 식량과 함께 전달된 남측 마대는 수천만 개다. 어림잡아 북한 주민 1인당 2개꼴로 계산할 수 있다.

이토록 북한에서 흔한 마대가 북측 최전방부대에서 수백 개가 관측되었다 해서 ‘대북 지원 남측 식량 = 북한군 전용’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가? 이런 점을 고려해서 이 기사는 “우리 측이 지원한 쌀을 전용하지 않았다고 북한군이 부인하더라도 북한군이 이 마대들을 최전방 진지 구축에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 만큼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슬쩍 발을 뺀 것이다.

한편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쌀이 북측에서 어떻게 분배되는지엔 사실상 '까막눈'”이라는 식으로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이는 남북 간에 합의된 ‘통일부의 분배 모니터링’에 비춰볼 때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다. 지난 해 4월 남북이 채택한 ‘식량 차관 제공에 관한 합의서’에 담긴 ‘남과 북은 쌀 수송시기 보장, 쌀 분배현장 방문 등 식량제공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 한다’는 규정에 따라 모니터링 등이 행해지고 있다. 남측의 대북 쌀 지원이 차관 형태를 띠고 있어 용도에 대한 언급은 빠진 것이다. 이 때문에 연합뉴스의 15일치 관련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엄밀히 말하면 북이 지원받은 쌀을 군용으로 전용한 것이 명시적인 합의사항 위반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측 군 관측에 의해 적십자사 마크가 찍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쌀 포대는 무상으로 제공된 인도적 지원품이라는 점에서 군에서 사용할 경우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용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공론화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대북 쌀 차관 제공에 대한 모니터링은 우리 측 인원이 북측 식량공급소를 직접 방문, 분배과정을 참관하는 한편 지역주민들과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실시되어 왔다. 지난 2000년과 2002년 각각 한차례, 2003년 12차례, 2004년 10차례, 2005년 20차례 등에 걸쳐 현장 분배 확인을 했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통일부는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에서 쌀이 분배되는 현장을 모니터링해서 사진까지 제시해 공개하고 있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10월27일(부산-흥남/함흥, 쌀 5,400톤), 11월 1일(평택-해주,쌀 6,300톤) 대북식량차관에 대한 분배현장 모니터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인터넷 주소 http://blog.naver.com/unicul?Redirect=Log&logNo=80045487623) - “이번 분배현장 방문 20항차 대표단이 흥남(류정 1, 천기), 함흥(동흥산) 등 3곳을, 22항차 대표단이 해주(룡당, 석미 식량공급소) 2곳을 방문하였다. 식량분배는 세대별로 매달 중순과 하순에 2차례 진행되었으며, 개인별 1일 배급량은 노동 강도에 따라 1-9등급으로 분류되어 분배되고 있었다. 이번 우리의 지원에 대해 북측의 인수요원 및 식량공급소 관계자, 주민들은 우리 측 관계자 인터뷰 시 거듭 사의를 표명하였다.” 이런 모니터링 내용은 관련 사진 즉, 대한민국 마크가 찍힌 40kg 쌀자루와 주민들이 배급받은 이 쌀 부대를 운반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북한에 상주하며 제공된 쌀의 최종 기착지까지 확인하지 못하는 한 전용을 원천적으로 막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밝혔다. 또한 남측 정부가 그간 북이 식량 지원품을 전용하고 있다는 첩보를 지속적으로 입수하고도 단호한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 군에서 포착한 정보 사항을 남북 당국간 회담 등에서 직접 거론하며 시정을 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원론적 차원에서 분배 투명성 강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통일부는 분배투명성 제고를 위해 남북회담, 현장방문 등 여러 계기를 통해 북측에 이 문제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조선일보가 기사 제목으로 뽑은 “쌀이 북측에서 어떻게 분배되는지엔 사실상 '까막눈'”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이상에서 조선일보의 관련기사가 지닌 문제점을 짚어 보았는데 한심한 것은 다른 언론매체의 경우다. 조선일보보다 하루 늦은 15일 보도하거나 논평하면서 조선일보보다 한술 더 떠서 북한군의 남측 지원 식량 전용을 기정사실화해서 맹렬히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사설 제목은 “北에 준 쌀 ‘軍이 먹는 줄’ 알고도 침묵한 南 정부”다. 중앙일보의 사설 제목은 “우리가 보낸 쌀 먹고 총 겨누는 북한군”이고, 한국일보 사설 제목도 “북한 군량미로 쓰라고 쌀 지원했나”이다.

동아일보 사설의 앞부분은 “굶주리는 북한 주민을 위해 보낸 쌀이 남한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북한군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인도적 지원이 이적(利敵)행위로 변질되는 데도 남한 정부는 북한에 항의 한 마디 하지 않고 모른 척했다고 한다”라고 썼다. 조선일보가 슬쩍 비켜가면서 추정한 부분을 아예 '확인‘이라고 격상시킨 것이다. 다른 신문들의 사설 내용도 동아일보와 엇비슷하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북한군 식량 전용’관련 보도나 논평은 가장 결정적인 부분에서 상상력으로 빈틈을 메우거나 사고를 멈춘 허점을 지니고 있다. 조선일보는 16일치 머리기사 “남으로 온 북한주민 22명 몰래 돌려보냈다”에서 사실관계 확인보다 상상력을 또 다시 발휘, 남북문제를 음모적 시각으로만 보도한다는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신문은 설 다음날 발생한 이번 일을 정부가 쉬쉬하다가 뒤늦게 "조류에 떠밀려와 돌아가기 원했다"고 밝혔지만 귀순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NLL 부근에서 북측 어선이 표류해오면 해상에서 곧바로 돌려보내지만 이번에는 여성도 있고 인원이 많아 관계당국이 합동조사를 했지만 귀순 의사는 없었다"면서 "설 다음날 마을 주민들이 단체로 조개잡이에 나섰다가 표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일부 언론의 비정상적인 대북보도 태도는 21세기에 존재하는 언론으로서 기본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만약 이들 언론이 곧 들어설 보수 정권이 북에 대해 대결적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그런 코드에 맞게 보도하기로 했다면 이 또한 엄청난 문제다. 정권은 유한하되 언론은 임기가 없다는 점에서 언론의 독자성과 자생력을 스스로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어떤 경우든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는 어떤 예외도 없다.

2008년 2월 16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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