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지원선진화 방안, 신문법·국정홍보처 폐지

차기 정권 언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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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100여명의 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왕기 기자)  
 
신문·방송 겸영 제한적 허용…방통융합기구 부처 중심 개편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오늘 사과를 따먹겠다.”
이명박 당선자는 한 방송사의 이색 프로필 질문에서 이렇게 답했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간추린 표현이라고 할 만하다.

이 당선자의 모토는 ‘실용주의’. 모든 부문에서 규제를 풀고 경쟁을 장려하는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미디어정책 분야에서도 이 원칙을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민영화, 방통융합, 신문·방송 겸영 등 각종 현안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공성을 우선해온 언론시민단체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은 곧 조직될 한시기구 ‘21세기 미디어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날 예정이다.

취재지원선진화 방안
이명박 당선자는 그동안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의 백지화를 공언해왔다. 공약집에도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미디어정책토론회에 이명박 후보 측 대표로 참석한 숙명여대 박천일 교수(언론정보학부)도 “취재지원선진화 방안은 백지화한다는 게 후보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폐합된 브리핑룸, 기자송고실도 원상복귀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의 당론도 마찬가지여서 선진화 방안은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문·방송 겸영
이명박 정부는 신문·방송 겸영을 일부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겸영 금지는 군부독재 시대의 유산이라는 해석도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해 11월 한국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정책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겸영은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추세이며 미국과 일본은 겸영 허가 후 미디어시장이 안정되고 성장했다”고 말했다.

보도전문케이블TV 소유를 허가하거나 종합편성채널에 참여하게 해주는 방향이 유력하다. 지상파 방송 겸영 허용은 검토되고 있지 않다.

지난해 한나라당이 발의한 신문법 재개정안에는 시장점유율 20% 미만인 매체에 한해 일간신문과 뉴스통신 방송 겸영을 허용토록 했다.

그동안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신문·방송 겸영을 반대해왔다. 여론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주요 보수신문의 영향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도 풀릴 수밖에 없어 여론의 다양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방통융합기구
방통융합기구 개편은 정부 부처가 중심이 되고 위원회가 규제를 집행하는 쪽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현재 중앙행정조직도 큰 부처 중심으로 통합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각 부처별로 흩어진 기능을 ‘정보미디어부’나 ‘문화미디어부’로 합쳐 관련 정책권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자는 11월 ‘중소기업 희망 선포식’에서 “방송위원회가 잡고 방송 안 되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 바 있다. 위원회는 큰 기능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방향과도 차이가 난다. 언론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간섭을 막고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민간 위원회가 정책 기능까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MBC·KBS 2TV 민영화
MBC 민영화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 21세기 미디어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원칙적 수준이다. 그러나 일단 ‘단계적 민영화’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갖고 있는 70%의 지분을 민간 부문에 나눠주는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KBS 2TV 민영화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기자협회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이 당선자 측은 “KBS 2TV에 민영화 논리를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며 “아리랑TV 등 국·공영 TV를 어떻게 KBS와 결합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국·공영 채널의 수를 줄이는 구조개편을 단행하겠다는 뜻이다.

MBC 민영화가 추진되면 거센 논란에 부딪힐 전망이다. 민영화는 곧 재허가 결정권을 쥔 정부 통제로 연결된다는 우려가 높다. 방송의 공공성도 침해한다는 지적이 많다.

신문법 개폐(신문위·유통원 폐지 등)
이명박 당선자는 공약집에서 신문법 역시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면 폐지인지, 폐지 수준의 전면 개정인지는 분명치 않다. 한나라당은 2006년 12월 정병국 의원의 대표 발의로 신문법 재개정안을 낸 바 있다. 위헌 결정을 받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을 삭제했다.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을 폐지하고 발행인 중심의 ‘신문재단’ 으로 기능을 통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당선자는 신문사 자율의 유통협력기구를 설립하고 정부는 간접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재개정안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일부를 보완했다. ‘여론의 다양성 보호’ 조항이 추가돼 있다.

국정홍보처 폐지
국정홍보처 폐지 역시 이 당선자가 여러 차례 다짐해왔다. 공약집에는 “정권 내지 대통령 홍보에만 초점을 두는 국정홍보처와 한국정책방송(KTV)은 폐지하고 국정홍보체제의 근본적인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나와있다. 정부 정책의 홍보 기능은 각 부처에서 알아서 하면 되고, 해외 홍보 기능은 문화관광부나 외교통상부에서 맡으면 된다는 논리다. 정부조직의 축소 방침과도 맞물려 국정홍보처의 폐지는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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