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기자단 구성, 아프간 현지 파견해야"

지나친 외신 의존·미확인 경쟁보도 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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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 세력의 한국인 피랍 사태와 관련해 국내 언론들이 지나치게 외신에 의존하는가 하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언론들은 지난달 20일 한국인 23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의해 피랍돼 있다는 보도를 로이터통신을 인용, 처음 보도한 이후 외신에 의존한 보도들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아프가니스탄 정부 등 당국의 공식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인데도 국내 언론들이 진위 여부를 알아보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외신보도들을 인용, 보도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외신 베끼기’는 대형 오보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오보 사례는 연합뉴스가 지난달 25일 교도통신과 AP를 종합해 보도한 ‘피랍 한국인 8명 곧 석방, 1명 살해’ 관련 보도. 이 보도는 한겨레, 국민일보, 중앙일보가 하루 뒤 인용구조차 없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방송들도 이날 저녁 연합뉴스를 그대로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다음날 1면에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다.

또한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아프간 정부, 인질 구출작전 돌입’, ‘탈레반과 협상 급진전’, ‘탈레반 10만 달러 요구’ 등의 소식이 잇따라 외신을 통해 국내 언론에 긴급 타전됐지만 얼마 후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미디어오늘 고승우 논설실장은 “외신을 그대로 전달해 주다 보니,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난무해 혼선이 초래됐다”며 “탈레반이 외신을 이용한 ‘선전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익을 위해서라도 미확인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P, 로이터 등 세계 주류 통신사가 아닌 아랍 현지 방송이나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 등의 현지 통신사 보도까지 인용하는 것 역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명 ‘~카더라’식의 외신 위주 보도뿐만 아니라, 국내 언론들의 미확인 뉴스의 경쟁적 보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언론은 지난달 27일 연합뉴스 카메라에 잡힌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의 ‘메모’ 에 관해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국민일보, 세계일보는 “송 장관이 김장수 장관에게 건넨 이 메모에 피랍자 숫자 등이 나열돼있다”며 정부의 협상태도를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 전문가는 “이들 신문의 보도는 ‘정부의 협상전략’을 노출시키고 납치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급 속보가 나오기도 하지만 협상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기사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6월25일 캄보디아 비행기 추락사고 당시에도 지적된 바 있는 피해자 가족에 대한 동정보도 자제와 인질들의 무분별한 육성보도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우리 언론이 외신 위주의 보도, 미확인 경쟁보도 등에 치우치는 이유에 대해 정부의 아프간 출입 금지 조치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KBS, 연합뉴스 등은 지난달 22일 두바이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에 입국 비자를 신청했지만 한국 정부가 모든 한국 국적민에 대한 비자발급을 금지하면서 취재진의 아프간 입국을 통제했다. 이로써 정부 발표에 기대는 형국이 됐고 피해자 동정보도와 외신위주 보도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언론계는 지금이라도 ‘풀 기자단’을 구성해 현지에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제대 김창룡 교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시 되고 있는 현 실정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풀 기자단을 구성해 현지에 파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제부 기자는 “풀 기자단 구성은 물론, 엠바고 등을 요구하더라도 정보가 왜곡, 과장되지 않는 선에서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려 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풀 기자단을 보내더라도 보도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서중 교수는 “평소 취재원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현지에 가더라도 취재는 대사관·영사관 등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일본처럼 중동·분쟁전문 보도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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