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사, 민간인피랍 보도 자제"

기협, IFJ에 서한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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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27일 IFJ(국제기자연맹) 에이든 화이트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건에 대해 국제 사회가 언론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기자협회는 서한에서 “이번 사건 발생 이후 많은 언론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납치범들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며 “이는 납치범들의 부당한 협상력을 강화시켜주는 등 사건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중동지역에서 언론인이 피랍 되었을 경우 현지 취재 중인 언론사들이 보도를 자제하는 엠바고에 동참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며 “인질이 무사히 풀려나도록 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 중 하나가 사건의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협회는 이에 대한 예로 ‘2004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납치됐을 때 20개 외국 언론사가 엠바고를 이행한 점’과 ‘1994년 소말리아에서 AP통신 기자가 피랍됐을 때 15개 언론사가 AP의 요청에 의해 엠바고를 지킨 점’등을 제시했다.

기협은 그러나 “이같은 보도 자제가 민간인의 경우에는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면서 “이는 피랍된 민간인의 소속 국가나 기업 등에서 엠바고를 요청치 않거나 요청 이전 보도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협은 이에 따라 “서구·중동·아시아 지역 언론사들이 언론인 피랍사건에서 보여줬던 신중함과 자제력을 민간인 피랍 사건에서도 실천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국제적인 노력과 동시에 이러한 관행이 수립되도록 IFJ가 앞장서 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은 기자협회가 IFJ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 전문이다.

IFJ 사무총장께

안녕하십니까?
한국기자협회는 한국인 피랍 사건에 대해 세계의 언론사들이 보도 자제를 하도록 IFJ가 적절한 역할을 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선량한 한국인 수십 명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우려가 매우 높습니다. 특히 그 가족들은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 발생이후 많은 언론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납치범들의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인질들에 대한 부적절한 보도는 납치범들의 부당한 협상력을 강화시켜 주는 등 사건 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IFJ가 이번 납치 사건에 관심을 갖고 보도하는 세계의 모든 언론사들을 상대로 적절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즉 중동에서 발생한 언론인 납치 사건에 대해 보도를 자제하는 것처럼 이번 한국 민간인인 피랍 사건에도 동일한 원칙을 실천해 줄 것을 IFJ가 촉구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중동 지역에서 빈번한 납치 사건이 발생하는데, 언론인이 피랍되었을 경우 현지 취재 중인 언론사들이 그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는 embargo에 동참한 사례가 수회 있었습니다. 이는 납치범들이 언론인을 납치해 부당한 요구를 할 때 언론을 통해 선전 홍보하는 수법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양식 있는 언론인들이 피랍된 인질에 대한 보도를 자제하는 것은 그 인질이 무사히 풀려나도록 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의 하나가 사건의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지난 2004년 바그다드에서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납치 되었을 때 20개 외국 언론사가 보도하지 않는 엠바고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거기에는 알자리자 방송 등 중동지역 언론사도 포함되었습니다. 일부 언론사가 엠바고를 깨고 보도했으나 그 반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피랍된 프리랜서는 2일 만에 풀려났으며 그에 대한 보도도 몇 개 언론사에 의해 대부분 간략히 이뤄졌습니다. 지난 1994년 소말리아에서 AP 기자가 피랍되었을 때도 15개 언론사가 AP의 요청에 따라 엠바고를 지켰습니다. 당시 AP 기자는 20일 만에 무사히 석방되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중동 파견 외국 언론사들의 기자 피랍 사건에 대한 보도 자제는 민간인의 경우에는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이는 피랍된 민간인의 소속 국가나 기업 등에서 엠바고를 요청치 않거나 엠바고 요청 이전에 보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국인 납치 사건은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최대의 피랍사건입니다.

한국기자협회는 한국내외 언론사들이 보도에 신중을 기하면서 근거 없는 보도는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서구, 중동, 아시아 지역 언론사들이 언론인 피랍 사건에 보여주었던 신중함과 자제력을 민간인 피랍 사건에서도 실천해야 합니다. 피랍된 한국인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에 돌아올 때까지 모든 언론사는 보도에 신중을 기하도록 하는 국제적 노력이 행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훌륭한 관행이 수립되도록 IFJ가 앞장서 줄 것을 거듭 요청합니다.

2007년 7월 27일
한국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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