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지자 응답 기피…보완책 절실
방송사 출구조사가 이번에도 빗나갔다. 15, 16대 총선 예측조사에서 큰 오점을 남긴 방송사들이 17대 총선에서는 설문대상과 지역을 대폭 늘리는 등 만전을 기해 오차의 폭을 줄였지만 여전히 실제 개표와는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방송사들은 16일 일제히 자사뉴스를 통해 출구조사 오차에 대한 해명과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SBS는 이날 ‘아침종합뉴스’에서 “17대 총선 결과를 예측보도 했지만 실제 개표 결과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며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MBC와 KBS도 이날 각각 ‘뉴스데스크’와 ‘뉴스9’를 통해 예측보도가 실제와 차이가 난 이유에 대한 자체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예측보도가 빗나간 것과 관련해 방송사들은 야당을 지지하는 성향의 응답자들이 답변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고, 경합지역이 예상보다 많았던 점과 일부 유권자들의 허위응답 등을 주 요인으로 꼽았다.
KBS 여론조사 자문을 맡은 조성겸 충남대 교수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실제 개표에서 방송사들의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 결과에 대해 “열린우리당에 비해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응답을 꺼렸기 때문에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16대 총선처럼 다수당이 바뀔 정도의 오차는 없었지만, 개표 결과에 비해 방송사 출구조사의 열린우리당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KBS의 경우 각 정당의 의석수를 열린우리당 142∼188(172), 한나라당 87∼129(101)석으로 잡아 실제 개표결과인 열린우리당 152, 한나라당 121석에서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지만 예상 의석수 범위를 너무 크게 잡아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결과였다는 평가다. MBC는 예상 의석수를 열린우리당 155∼171, 한나라당 101∼115석으로 잡았고, SBS도 열린우리당 157∼182, 한나라당 92∼114석으로 예상해 실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또 경합지역에서 실제 개표결과 당선자가 예상과 달리 뒤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SBS와 공동조사를 실시한 KBS의 경우 당선이 확실하다고 예측한 196개 지역구 가운데 6곳에서 당선자가 뒤바뀌었고, 오차범위 안의 경합지역으로 분류했던 47개 지역구 가운데 13개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잘못 예측했다. MBC도 7개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잘못 예측했지만 15대 총선 39곳, 16대 총선 23곳에 비해 뚜렷하게 감소되는 추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정확한 출구조사는 불가능하지만 오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출구조사 기법, 다양한 정보를 종합판단하기 위한 세밀한 분석능력, 선거방송기획단의 상설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MBC 선거방송기획단 강순규 국장은 “예측결과의 정확성이 부족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예년에 비해 오차가 줄어드는 등 대체로 만족스럽다는 내부 평가를 하고 있다”며 “민감한 정치 사안에 따른 유권자들의 요동이 심해 여론조사를 보완할 수 있는 여러 대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규장 기자 natasha@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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