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지광 스님, 국제신문 회생 동의할까
[정치권·시민사회 "기업회생 촉구"]
20일 회생계획안 의결 법정 시한
능인선원 측, 회생 반대입장 고수
비대위 측 "돈 문제로 귀결되는듯"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국제신문이 회생계획 인가와 회생 절차 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회생계획안 의결 법정시한은 이달 20일이다. 그 전에 채권자 동의를 얻어야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고 국제신문은 경영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채권자 동의를 얻지 못해 의결 시한을 넘기면 국제신문 회생 절차는 폐지된다.
회생의 키는 국제신문 대주주이자 주요 채권자인 능인선원과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해 온 지광 스님(속명 이정섭)이 쥐고 있다. 지광 스님 쪽은 부산회생법원이 지난해 5월 기업회생 결정을 내린 이후 회생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채권자로부터 회생계획안에 대해 동의를 받는 절차인 관계인집회가 세 차례(9월1일, 10월13일, 10월27일) 연기된 이유다.
하지만 102억원대 체불임금 책임자로 지광 스님이 지목되고, 여야 국회의원 97명이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문에 서명한 것을 비롯해 전재수 부산시장, 부산시의회, 부산시 구청장·군수협의회 등 지역 정치권, 부산 시민사회단체 73곳이 회생 촉구 목소리를 내면서 지광 스님은 점점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국제신문 살리기 시민 서명운동 참여자는 보름 만에 5000명을 넘겼다.
국제신문 전·현직 직원 147명은 2024년 12월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을 근거로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약 1년7개월 만인 올 6월 새 인수자를 찾았다. HJ중공업 등이 참여하는 에코프라임마린컨소시엄은 공익채권 변제 102억원 등 모두 185억원을 투자해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일 회생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국제신문 구성원들은 능인선원 쪽에 회생 동의를 거듭 호소하고 있다. 국제신문 전 구성원이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빗속 상경 투쟁을 벌였고, 한 달째 이어온 능인선원 앞 천막농성을 9일까지 계속하기로 했다.
능인선원은 여전히 회생에 반대하고 있다. 능인선원 운영위원회는 10월28일 중앙일보 1면 광고를 통해 국제신문 노동조합과 비대위가 거짓 선동을 하고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또 능인선원 측은 체불임금과 퇴직금 102억원 전액을 변제할 자금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계획 및 의지를 갖추고 있으며 이를 회생법원에 수차례 소명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표면적인 입장과 달리 지광 스님 쪽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102억원대 체불임금과 관련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0월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쪽(능인선원)과 면담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인 법 적용 검토 의사를 밝혔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국정감사장에 출석하라는 동행 명령에 불응한 지광 스님에 대한 고발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제신문 비대위원과 퇴직 직원 대표 9명은 지광 스님을 부산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임금·퇴직금 체불 책임의 정점에 지광 스님이 있다는 걸 겨냥한 셈이다.
그동안 지광 스님은 “국제신문의 경영 책임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국정감사 불출석 사유서에서 “본인은 국제신문의 경영 및 인사·노무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임금체불 경위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책임 있는 답변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는 인사·계약·회사 운영에 지광 스님이 개입해 왔다고 지적한다. 지광 스님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국제신문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했고 지난해까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으며, 10월21일 인수예정자인 HJ중공업 쪽과 면담에도 직접 나왔다.
지광 스님은 10월16일 국제신문 비대위와 면담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리인을 내보낸 HJ중공업 쪽과 두 번째 만남에선 상당한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 반대의 이면에 새 인수자를 상대로 협상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능인선원 운영위원회는 중앙일보에 낸 광고에서 능인선원 측이 국제신문 정상화에 25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다”고 했다.
지광 스님 입장에서 회생절차가 폐지되면 채권을 모두 날리고 재정 부담만 가중할 수 있다. 102억원대 임금·퇴직금 체불을 해결해야 하고, 회사 운영 자금을 추가로 넣어야 한다. 막판에 극적으로 타협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국제신문은 지광 스님과 사실상 결별했다. 국제신문은 지면을 통해 능인선원 계열 개발회사 소유의 부산 수영구 부동산을 까발린 데 이어 지광 스님이 34억원의 세금을 체납해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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