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KBS의 새 사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9월10일 모집 공고 이후 KBS 이사회 서류심사,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의 경영계획 발표와 면접·숙의토론, 이사회 면접 심사와 투표를 거쳐 10월20일 KBS PD 출신 이태현 전 콘텐츠웨이브 대표가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이 후보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의 임명을 받으면 3년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최종 후보 선정 하루 전 임명된 국민의힘 추천 이사 2명이 투표를 거부하는 등 잡음이 없지 않았으나, 선임 절차 자체는 대체로 무난하게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KBS는 다음 달 중순 이후 새 사장 체제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권에서 사장 자리를 꿰찬 ‘대통령의 술친구’ 박민과 ‘파우치 논란’의 박장범 이후 약 3년 만에 KBS가 외견상 제자리를 찾는 첫걸음을 내디딜 모양새다. 그 짧지 않은 기간 KBS 내부에선 아우성이 끊이지 않았다. 권력 비판과 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제작 자율성이 무력화됐다는 안팎의 비판이 잇따랐다. 그 결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와 영향력이 크게 훼손됐다. 정권 교체 이후 겨우 일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공영방송의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언론학자 최경진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거대 권력과 기득권 세력 앞에선 꼬리를 흔들고 약자에겐 이빨을 세우는 노릇”을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된 게 KBS의 현주소다.
새 사장에게 부과되는 첫 과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지키는 일이다. 개정 방송법은 KBS 이사를 11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편성위원회,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의무화했다. 사장은 조직을 이끄는 권한의 보유자인 동시에, 절차와 견제 장치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책임자다. 보도 기능의 정상화도 시급하다. 공영방송의 경쟁력은 결국 국민의 신뢰에서 나온다. 새 사장은 권력을 견제하고 공정성을 추구하는 공영방송의 최종 책임자로서, 뉴스의 신뢰도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연간 6000억원을 넘는 수신료가 국민의 신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쓰이는지 입증할 책임도 막중하다. 재난방송과 사회적 약자의 방송 접근성 보장 같은 보편적 공공서비스 역시 놓쳐서는 안 될 본령이다.
이태현 후보는 응모사유서에서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 이제 국민이 선택할 방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더 잘 만들고 국민이 있는 곳까지 전하며, 그 힘이 공영의 가치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응모 이유라고 했다. 그는 또 KBS의 첫 번째 책임을 국내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 두 번째 책임을 우리의 이야기를 세계에 전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공영성과 경쟁력은 대립하지 않는다”는 인식과 함께 “독립성에는 제도를, 공영성에는 실천을, 콘텐츠에는 승부를, 조직에는 속도를, 재무에는 숫자를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경영계획서에서는 ‘신뢰로 경쟁하는 KBS’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제도로 지키고, 뉴스 신뢰도 1위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매년 국민이 기다리고 다시 찾는 대표작을 선보이고,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가치를 키우며, 1년차 손익분기점 달성과 수신료 의존도 완화를 통한 지속가능 경영을 약속했다. 포부는 분명하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구체적인 실행으로 이어지느냐다. 국민추천위와 이사회의 선택이 현명했는지는 이 후보 스스로 증명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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