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을 ‘누가 영부인의 머리에 총을 쐈는가?’라는 범인 찾기 영화로만 바라보면 작품이 납작해진다. 영화는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으로 억울하게 해고된 경찰관들과 엄혹한 시대에 외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추적했던 기자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이를 조명하기 위해 김대중 납치 사건, 자유언론실천선언, 한일협정 등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는 역사적 사건들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과 하나의 서사로 엮었다. 사건 사이의 관계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것과 개별 사건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
영화를 향한 일부 언론 보도 역시 논점을 비켜 간다. 당시 기자들이 사용하지 않았던 타자기가 등장하고, 중앙정보부 기관원이 신문사 안에서 편집국장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는 실제 윤전기에 모래를 뿌려 인쇄를 방해했던 사건을 타자기에 모래를 뿌리는 장면으로 재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폭행 장면 역시 중앙정보부에 연행된 편집국장이 구타당했다는 해직 기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했다는 입장이다. 영화가 그 폭력의 장소와 표현 방식을 달리했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 자체를 왜곡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몇몇 장면의 고증을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품 전체를 재단하는 태도다.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려면 적어도 작품을 봐야 한다. 2024년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예술인지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예술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보지도 않고 예술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질문에는 “보나 마나”라고 했다. 이 같은 태도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되풀이된다. 정작 영화를 보지 않은 채 비난하는 이들이 다수다. ‘패륜 영화’의 티켓을 사줄 수 없다는 이유다. 보지 않겠다는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보지도 않은 작품을 두고 비난을 가하는 모습은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한 의원은 출연 배우의 외모를 두고 ‘북한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영화에 대한 비판이 배우를 향한 인신공격으로 번진 것이다. 금도를 넘어섰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대목과 풀리지 않은 의문이 남아 있다. 허진호 감독은 수사 기록과 관련 자료 사이의 간극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메웠다. 그 상상력은 사실을 확정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허 감독은 최근 JTBC 인터뷰에서 영화 속 ‘중정 윗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처음부터 분리해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을 암살의 배후로 지목했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는 설명이다. 주지하다시피 영화가 그리는 것은 사건의 진상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진실을 찾으려 했던 사람들의 분투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당시의 폭력과 억압, 통제와 검열이다. 등장인물이 제기한 의혹을 감독의 결론으로 받아들이거나 일부 장면만 떼어내 비판한다면, 정작 작품이 보여주려는 군사정권 시절의 어두운 모습은 놓치게 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상영 철회 요구다. 국민의힘은 소속 국회의원 109명 전원의 뜻을 모아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측에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 철회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영화는 범인을 단정하지 않는데, 정작 영화 밖에서는 감독의 의도와 배후를 단정하고 있다. 옳지 않은 일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역사 왜곡으로 가는 길이다. 지난해 10월,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했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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