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입사 준비생들에겐 올가을 바람이 유달리 차갑다. 예년 같으면 논술과 실무평가, 면접 준비로 분주했을 시기지만 올해는 주요 언론사들의 공개채용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어서다. 대형 언론사들마저 채용에 나서지 않으면서 공채 축소가 ‘뉴 노멀’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기준 주요 종합지와 경제지, 방송·통신사 중 경향신문, 조선미디어(조선일보·TV조선), 중앙그룹(중앙일보·JTBC), MBC 등이 올해 신입기자 공채를 실시하지 않았다. 인수합병을 진행 중인 중앙그룹을 제외하더라도 주요 언론사 3곳의 채용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미디어와 MBC는 “아직까지 공채 시행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채용 전형에 최소 두 달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중 수습기자를 선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조선미디어의 경우 7월 선발한 채용연계형 인턴을 중심으로 올해 정규직 채용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인턴들은 7월 말부터 약 5주간 실무를 경험했으며, 우수 수료자에겐 최종 면접 대상자라는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채용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 내부에선 “회사의 긴축 기조가 채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6월 조선일보는 온라인 업무를 담당하던 자회사 조선NS와의 계약을 종료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인공지능(AI) 교열을 도입하며 교열 자회사 글지기와 계약을 해지하는 등 비용 감축 움직임을 보여왔다.
신입 공채보다 실무 경험을 갖춘 인력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채용 기조가 바뀌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조선일보 A 기자는 “올해 초 사회부 회식에서 방준오 사장이 ‘공채를 줄이고 경력기자 채용을 늘리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 뒤 내부에선 ‘공채가 줄어든다더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최근 몇 년 사이 공채보단 채용연계형 인턴을 통해 수습기자로 선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학보사나 인턴 등 실무 경험이 있어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MBC의 경우 새 사장 취임 이후 조직 인사가 이어지면서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9월14일 이성주 사장 취임 이후 국장과 팀장, 평기자 인사가 잇따라 진행되면서 부서별 인력 수요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MBC 관계자는 “인사가 마무리된 후 인력 현황을 확인해야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아직 올해 공채 실시 여부를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또한 연말까지 수습기자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채용 공고를 통해 뽑은 신입기자들이 올해 1월 입사한 데다, 8월 경력채용 공채를 통해 추가 인력을 선발했기 때문이다. 임태열 경향신문 전략경영본부장은 “허리급 기자들이 퇴사하면서 중간 연차 기자들을 우선 채용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내년 공채는 시행하겠지만 올해 말까지 예정된 일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입사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주요 언론사의 채용 위축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B씨(24)는 “대형 매체들마저 채용을 줄이면 다른 언론사에도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며 “언론사가 어렵다는 사실은 알고 기자 준비를 시작했지만, 주변 친구들은 대기업에 취업하는데 저는 지원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 일반 기업 공채에도 원서를 넣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채 위축에 대한 우려는 언론사 내부에서도 나온다. 신입기자 선발이 줄어들 경우 일선 취재 인력 부족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MBC 기자는 “과거 보수정권 당시 5년 가까이 공채를 중단했고, 이후에도 선발 인원이 줄어들면서 현장에서 리포팅할 기자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언론사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조직이지 않나. 신규 채용이 꾸준히 이뤄져야 기존 기자들의 업무 부담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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