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받을 거예요.”
간혹 기자들에게 정보공개청구로 취재하기에 대해 강의할 때가 있는데, 그때 내가 꼭 하는 말이다. 정보를 공개받는 팁을 얻을까 생각했던 기자들에게는 김새는 말일 수 있다. 실제로 기자들 중에는 정보공개청구를 해봤지만 한 달여 만에 돌아온 답변이 비공개나 정보부존재라며, 정보공개청구가 취재에 쓸모가 있긴 한 건지 되묻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기자들이 받게 되는 비공개 통지서는 당연한 결과다. 기자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감추고 싶어 하는 것을 묻는 사람들이다. 정부가 스스로 알리고 싶은 것은 굳이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보도자료로 만들어 기자들에게 보내고, 홈페이지와 SNS에도 열심히 올린다. 그러니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비공개를 받았다면 실망할 일이 아니다. 그건 취재가 시작되는 순간이니까. 비공개 사유는 그 공공기관이 지키고 싶어 하는 것을 대변한다.
지난해 5월 MBC 기자는 서울의 25개 자치구에 땅 꺼짐 우려 지역에 대한 조사 결과를 정보공개청구했다. 20개 자치구는 자료를 공개했지만 5곳은 비공개했다. 청구 내용은 똑같았는데, 비공개 사유는 제각각이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부동산 투기와 매점매석 우려를, 용산구와 강서구는 용역업체의 영업비밀을, 중구는 국가기간시설이 노출돼 테러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댔다. 같은 목적으로 생산한 정보이지만 어느 기관이냐에 따라 비공개 사유가 달라진 것이다.
정보공개청구의 성과는 자료를 받았느냐 못 받았느냐로만 판단할 수 없다. 어떤 기관이 무엇을 공개하지 않으려 하는지, 비공개의 근거는 무엇인지, 그 근거는 합당한지 따져보는 것 역시 취재다. 비공개했다는 사실 역시 중요한 보도감이다.
물론 비공개만 의미 있는 건 아니다. 사실 청구한 정보를 공개 받으면 그것만큼 신나는 게 없다.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자료는 정부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발췌한 보도자료와 달리, 전체 맥락과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물론 자료를 일일이 살펴보고 분석해야 하지만 정제된 보도자료에서는 보이지 않던 사실이 원자료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여러 자료를 연결하고 비교하다 보면 개별 문서에서는 알 수 없었던 맥락을 발견하기도 한다.
정보가 없다는 정보부존재 통지는 그 이면에 큰 문제를 담고 있기도 한다. 당연히 있어야 할 기록인데 없다고 한다면 왜 없는지를 취재해야 한다. 애초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했더라도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을 가능성, 혹은 숨기기 위해 거짓말로 답변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4년 뉴스1 기자는 의대 증원 관련 회의록을 정보공개청구했지만, 복지부로부터 회의록이 없고 보도자료가 사실상 회의록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기자는 회의록 미작성의 위법 가능성을 보도했고 이후 복지부는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는 문서로 일한다. 그러니 정보부존재라는 답변은 단순히 자료가 없다는 말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의 사각지대나 책임의 공백을 드러내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물론 정보공개청구만으로 모든 취재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비공개가 적법한 경우도 있고, 정보부존재가 곧 업무 방기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더 확인하고 따져봐야 한다. 정보공개청구는 취재를 대신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라 취재의 질문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비공개를 받을까 봐 정보공개청구를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가 쉽게 공개할 정보라면 애초에 취재할 이유도 많지 않을 테니까. 비공개를 받았다면 그때부터 물으면 된다. 왜 공개하지 않는지, 정말 공개할 수 없는 정보인지, 그리고 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누가 무엇을 알지 못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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