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사주·경영진, 끝까지 책임 다 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중앙일보와 JTBC의 매각 절차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앙일보 인수에는 오리온과 다우기술, 글로벌세아, OK금융그룹, 이브로드캐스팅(삼프로TV), 금보개발 등 6곳이 뛰어들었다. JTBC의 경영권 매각도 매각 주관사 선정을 마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6월12일 JTBC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서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지 약 100일 만이다.


새 주인을 찾는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최근 중앙일보 노동조합과 JTBC 노조는 대주주인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일가와 기존 경영진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잇달아 제기했다.


우선 오너 일가에 대한 의혹이다. 노조는 오너 일가의 확인된 자산이 2600억원에 달하는데, 회사가 지급불능에 빠질 때까지 사재 출연 등 최소한의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돈이 없어서 책임을 못 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계열사를 선택적으로 살리려 한다는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JTBC 노조에 따르면 오너 일가는 드라마 제작·유통 계열사인 SLL중앙을 살리기 위해 개인 재산 1300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 SLL중앙은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반면 JTBC에는 단 1원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오너 지분과 이해관계가 깊은 SLL중앙만 살리려는 밑작업이라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영 위기부터 매각 절차에 이르는 중요한 논의 과정에서 두 언론사의 구성원들이 배제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영난을 초래한 당사자들이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경과 설명이나 소통 대신 매각과 재산 방어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JTBC 사태는 레거시 미디어의 광고시장 위축과 OTT 등 뉴미디어의 성장, 제작비 상승 등 산업적 변화가 배경에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이 경영 실패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국내 대표 언론사와 콘텐츠 제작사를 거느리고도 시대의 흐름에 대처하지 못했다. ‘대박 콘텐츠’를 여럿 만들어낸 JTBC가 수천억원의 적자를 떠안게 된 기형적인 구조, 유동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나 사업 재편 대신 계열사 간 지급보증을 선택한 게 대표적인 실패로 거론된다.


JTBC 디폴트 직전까지 개인 투자자 대상으로 회사채와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한 결정은 피해 규모를 눈덩이처럼 키웠다. 중앙그룹 채권 투자자 측이 9일 홍정도 부회장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소하면서 추산한 피해액은 최소 325억원에 달한다.


권한을 독점한 의사 결정권자가 그에 따른 손실을 짊어지는 것은 기업 경영의 기본 원칙이다. 오너 일가와 경영진이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경영진이 책임을 회피하면 그 피해와 매각에 따른 부담은 중앙그룹 구성원과 채권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사주 일가와 경영진은 개인 채권자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회사를 살리는 것만 경영 정상화는 아니다. 언론사주로서 책임지는 모습도 필요하다. 인수 과정에서 고용 유지와 편집권의 독립을 보장하고, 기자와 제작진의 전문성과 취재 역량을 훼손하지 않도록 안전판을 만들어야 한다. 재무적 투자 여력뿐 아니라 저널리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언론사를 이끌 철학을 가진 인수자를 찾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중앙일보·JTBC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언론으로 다시 설 수 있다.

편집위원회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