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날리면' 소송, 외교부 소 취하로 종결 확정
외교부·MBC, 2심 조정결정에 이의제기 않으며 4일 확정
MBC "소송 계속하면 외교부 소 자체 인정하게 돼 진행 않기로"
전 국민 듣기평가 논란이 벌어졌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관련 소송이 외교부의 소 취하로 마무리됐다. 외교부와 MBC 양측이 법원의 조정결정에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서 4일 그대로 확정됐다. 2022년 12월 외교부가 MBC 보도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9개월 만이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는 8월18일 강제조정을 통해 외교부엔 소를 취하할 것을, MBC엔 이에 동의할 것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조정결정문에서 “외교부는 이 사건 소 제기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있고, 향후 이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소송행위를 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요소를 종합해볼 때 법원의 일도양단적 판결보다 원고가 소 제기 자체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종결해 당사자 간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정결정문은 8월20일 외교부와 MBC 양측에 송달됐다. 재판부의 조정결정은 결정문 송달 2주 이내에 양측이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확정되는데, 당시 MBC는 이 기간 관련 내용을 검토해 이의신청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MBC 관계자는 “보도국 입장은 이 소송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송인 데다 1심 판결문을 갖고 MBC가 오보했다는 말을 반복할까봐 어떤 선례를 남기는 차원에서 소송을 계속하자는 것이었다”며 “다만 소송을 계속할 경우 외교부 소 자체를 인정하는 논리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주장한 내용을 다시 뒤집는 셈이라 보도국과 임원회의에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MBC의 이 같은 결정엔 2심의 조정결정문도 큰 영향을 끼쳤다. 조정결정문이 사실상 MBC 보도가 오보가 아니라는 판결적 내용을 상세히 기술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내 방송사 대부분은 ‘바이든’이라 판단하고 이 사건 보도와 같이 ‘바이든’이란 단어를 포함한 자막을 송출했다”며 “MBC 최초 보도가 다른 언론사 보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각 방송사들은 최초 보도 이전 이 사건 발언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었고, 개별적으로 확인절차 등 취재를 거쳐 저녁 메인뉴스에서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대통령의 발언 시기와 장소 등 전후맥락을 전체적으로 고려해 봐도 대통령이 해당 부분에서 ‘바이든’이라고 발언했을 합리적 가능성이 배제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대통령실의 대응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대통령실 입장에선 이 사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어야 하지만 엠바고 해제 전후 기자단의 반복적인 문의, 기자단 브리핑에서 전혀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당시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진술은 선뜻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소가 취하될 경우 그 소송은 처음부터 계속되지 않는 것으로 본다. 즉 1심 판결이 나왔더라도 그 판결의 효력은 없어진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MBC가 패소한 1심 판결도 유효하지 않은 결정이 됐다. 당시 1심은 ‘바이든’과 ‘날리면’ 부분을 감정한 결과 ‘판독불가’ 의견이 나왔음에도 MBC가 오보를 했다며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한편 최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바이든-날리면’ 사태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MBC 기자들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2022년 9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등이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지 3년 만이다.
앞서 MBC는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고 최초 보도했다. 이 발언은 삽시간에 논란이 됐고 대통령실은 보도 13시간 만에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 해명하며 MBC가 오보를 했다고 반박했다. 그해 12월 외교부는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MBC는 이후 정부의 온갖 언론탄압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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