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정부여당 인사들이 방송의 날 기념식장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방송협회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엠버서더 호텔에서 제62회 방송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열린 이날 기념식엔 방송협회 부회장인 박장범 KBS 사장, 안형준 MBC 사장, 김유열 EBS 사장, 나이영 CBS 사장을 비롯해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임채청 한국신문협회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 등 각계 인사 350명이 참석했다.
방송협회장인 방문신 SBS 사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지배자가 글로벌 미디어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방송사는 과거 지상파 독과점 시절에 만들어졌던 규제에 여전히 갇혀있고, 방송사 대부분 적자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국내 미디어 생태계도 악순환 구조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합리한 차별 규제,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 21세기에 수명을 다한 규제는 이제 혁파되어야 한다”며 “지난달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신구미디어를 아우르는 합리적인 법제 마련, 네거티브 광고체계 도입 등 방송광고 및 편성규제의 완화 등 국정과제가 조속히 실천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간절히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념식에 영상 축사를 보내 “최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국내 미디어의 사업 환경이 매우 척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콘텐츠 인프라가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의 하청기지로 전락하지 않도록 방송 산업을 섬세하게 살피겠다”며 “역차별 논란을 낳는 광고 편성 등 낡은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방송인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창의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해 가겠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방송3법 개정안은 국민과 방송계의 염원을 담은 제도 정비의 신호탄”이라며 “미디어 주무 부처의 정비, 산업과 종사자에 대한 지원, 세계 시장을 향한 협업 체계 구축 등 그간 밀려 있던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만이 미디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찾는 중차대한 여정을 성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영상 축사를 통해 “K-콘텐츠의 위상이 날로 높아짐과 동시에 국내 방송 산업은 급속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변화된 미디어 시장 환경에 맞춰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때”라며 “국회는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공정한 경쟁 환경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 갈 수 있는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의 질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방송의 날 기념식에 정부 쪽에서 대통령실 관계자와 방송통신위원장이 동시 참석한 건 7년 만이다. 방송협회는 코로나19 등으로 3년간 축하연을 못 열다 2022년 재개했는데,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영상 축전도 보내지 않았다. 이듬해 기념식엔 대통령과 총리 모두 축사를 하지 않았고,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의철 전 KBS 사장이 방송협회장으로 있었을 때였다.
국회 탄핵 소추로 인한 직무정지로 지난해 제61회 방송의 날 기념식엔 불참했던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이날 기념식엔 참석해 “방송 현장에서 30년 넘게 현장 취재 기자로, 또 CEO로 일을 했다. 그런데 방송 현장을 떠나고 나니 방송이 또 언론이 얼마나 엄청난 긍정적 의미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언론 선진국과 비선진국의 차이점이 있는데 비선진국은 한 사람을 위해 언론이 봉사한다는 것이고 선진국은 하나의 가치를 위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이라며 “언론이 살아야 민주주의가 산다”고 건배사를 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인생을 걸고 했던 방송 독립의 제도적 조건을 방송3법 통과로 마련했다”며 “한국의 드라마가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K팝이 전 세계를 누비는 그 중심에 지상파 방송이 있었다고 굳게 믿는다. 앞으로 지상파 방송을 보도나 논평 때문에 규제하는 마인드에서 벗어나 다시 K팝과 한류의 주역이 되도록 완전히 새로운 미래로 나가도록 도와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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