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들을 ‘극우 유튜버’라 부르면 안 되는 걸까. 사법부 판결에 앞서 독자들의 판단도 묻고 싶다.”
유튜버로 활동 중인 고성국·성창경·이영풍씨가 시사IN과 기자를 상대로 총 3000만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변진경 시사IN 편집국장은 이렇게 물었다. 시사IN 937호(9월2일자) <‘○○ 유튜버’에게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당했다>에 따르면 이들이 문제 삼은 건 6월9일자 <파면에서 대선까지, 극우 유튜브 2차 탐방기> 기사다. 해당 기사에 자신들이 ‘극우 유튜버’로 지칭된 점이 “모욕”이고 “일반 대중의 통념상 비이성적이고 선동적이고 혐오적인 정치적 성향의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으로 낙인찍”은 것이라 주장하며 이들은 6월11일 소송을 걸었다.
변진경 국장이 시사IN 독자들에게 이번 소송의 과정을 공개한 건 “단순한 법적 싸움이 아닌, 한국의 민주주의에 있어서 중요한 싸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극우’는 한국 사회의 주요 문제로 부상했으며, 언론사들은 여러 보도를 통해 이를 집중 조명해오던 터였다. 변 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극우를 극우라 부르지 못하면 언론이 계엄을 평가하지 못하는 것이고, 계엄 이후부터 주어진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에 대해 해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 대표성을 가지고 소송에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계엄을 옹호하는 유튜버들의 언론사, 기자 개인을 대상으로 한 고소,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청구와 동시에 형사고소,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함께 제기하는 양상이다. 이들을 ‘극우 유튜버’로 표현하며 윤 전 대통령과의 의혹 등을 보도한 기자들이 표적이 됐다.
최근 유튜브 ‘고성국 TV’ 진행자인 고성국씨가 경향신문의 6월18일자 <[단독]‘자손군’ 리박스쿨 유관 단체, 2020년 총선 때 댓글부대 ‘손가락혁명단’ 운영 정황> 보도를 두고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및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홍진수 경향신문 사회부장은 “극우 표현이 모욕이라며 고쳐달라는 요구 하나만 있는 건 아니었다.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자신의 강연내용, 동영상 캡처까지 썼다는 주장이었다”며 “내부 논의결과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고, 7월8일 조정은 결렬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고씨 측은 경향신문 기자 개인을 명예훼손·모욕죄 혐의로 형사 고소하기도 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지지단체로 알려진 자유대학을 비롯해 고성국씨, 성창경씨 등이 MBC, JTBC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를 했지만, 정정보도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반론보도만 수용되는 모양새다. 이들이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보도들은 JTBC <[단독] 계엄 실패 이틀 뒤 고성국에 5차례 전화…유튜버 ‘직접 교류’ 확인>, MBC <[단독] ‘좌표’ 찍고 “댓글 바꿔라” 지령‥극우 유튜버 ‘여론 왜곡’>, <선관위 찾아가며 “적진에 침투”‥김민전이 데려간 부정선거론자들> 등이다.
이들은 극우가 “인신공격적 표현이기에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극우 표현을 두고 사법부는 일관되게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해왔다. 에스더기도운동선교회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건에 대해 2022년 8월 대법원은 “‘뉴극우세력’, ‘극우세력’이라는 표현은 원고들의 명예, 인격권을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유튜버들의 고소, 소송이 잇따르며 극우 표현을 쓰는 것에 일종의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는 기자들의 우려도 나온다. 유튜버들과 언론중재위 조정 과정을 치른 한 MBC 기자는 “최근 기사들을 보면 ‘극우’에서 ‘극우 성향’으로 한 발 물러서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하며 “소송을 거는 건 본인들이 주장하고 있는 음모론, 윤석열을 지지하는 논리 자체가 극우 성향이 아니고, 하나의 의견이기에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민주질서를 부정하는 주장들이 하나의 의견으로 왜 성립될 수 없는지를 언중위에 설명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회사와 논의해 반론보도로 결론을 냈지만 극우 유튜버에 대한 언론의 평가가 얼마나 보장되는지 확인을 위해 소송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다만 규모가 작은 매체에 이런 식의 사법적인 공격들이 들어왔을 때 기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체로 언론사들은 보도에 쓴 ‘극우’ 표현이 틀리지 않다며 해당 표현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변진경 국장은 “계엄 선포와 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 옹호 등 민주주의 질서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적 태도를 보인 점, 음모론을 확산하며 계엄 옹호와 윤석열 탄핵 반대 논리로 활용하는 점을 골자로 극우의 기준을 삼았다”며 “지금 정치권 안에서도 극우를 빼게 되면 대체할 용어가 없는 분명한 상황들이 있어 기자들에게 ‘극우는 극우로 부르자’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