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서울에서 일하면서 지방소멸을 체감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작년 여름 해양쓰레기 취재로 전국 어촌을 돌아보고 나서야 그 심각성을 조금이나마 느꼈습니다.
이후, 지방에 살던 30대 지인이 연봉 높은 대기업 일자리를 포기하고 서울로 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탕후루 가게도 하나라 줄 서서 먹어요”라는 경험담이 웃어넘길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청년이 눈이 높다는 식으로 치부해도 되는 걸까.’ 어촌은 물론 광역시마저도 청년을 붙잡지 못하는 현실이 그제야 서늘하게 다가왔습니다. 경제부 기자로서 불균형과 양극화에 따른 성장률 0%대 전망치를 마주할 때마다 대한민국 소멸의 위기감까지 느꼈습니다. 한국일보 창간 71주년 기획 주제로 ‘균형발전 정책’을 제안하게 된 배경입니다.
기획의 초점은 ‘일자리만 만들면 된다는 그간의 접근이 왜 늘 실패했는가’였습니다. 다섯 부서의 기자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어떻게 이 절박함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할 수 있을지도 고민했습니다. 결국 답은 ‘사람’이었습니다. 고연봉을 포기하고 서울로 간 청년과 그런 청년을 붙잡을 수 없었던 지역 기관장, 지방대 총장. 또 20년간 오락가락했던 균형발전 정책을 지켜봐 온 전문가들. 그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가독성 높은 기사로 풀어내기로 했습니다.
산업부 오지혜 기자가 이전한 공공기관 수십 곳에 연락해 그들의 세세한 경험담을 끄집어냈고, 사회부 최현빈 기자가 현장을 찾아다니며 전문가들의 분석을 검증했습니다. 전국부 정민승 기자와 국제부 류호 도쿄특파원이 생생한 극복 사례를 더해, 불안을 조장하기만 하는 기사로 남지 않도록 균형을 잡았습니다. 그 결과물인 이 보도가 귀한 수상에 힘입어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보도를 지원해주신 김영화 국장과 고찬유 경제산업부문장, 그리고 각 소속 부서에서 저희의 취재를 도와주신 선후배 동료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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