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과 보 등 인간이 만든 인공 구조물로 단절된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상류로 이동할수 있도록 설치한 ‘어도(魚道)’가 설계부터 체계적으로 되지 않아 지금까지도 무용지물이 된 채 방치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했습니다. 어도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생태계 순환을 위한 최소한의 통로지만, 현장에선 물이 흐르지 않거나 쓰레기가 적재돼 있거나 구조물이 손상돼있는 등의 문제가 다수 발견됐습니다.
어도의 구조적 결함이 실제 수생 생물의 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어도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이어갔습니다. 대부분의 불량 어도는 설계상의 오류로 물고기가 지나갈 수 없는 급경사 구조로 설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결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어도의 실태는 곧 생태계의 단절로 이어졌습니다. 실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예전에는 이 물에서 물고기가 많이 보였는데, 요즘은 아예 없다”며 수중 생태의 급격한 감소를 체감하고 있었습니다.
보도에선 어도 구조물 자체가 생물 이동을 가로막는 직접적 장애물이 된 이유와 이것이 어류의 생존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하천과 어도를 따라다니다 보면, 단절된 건 생물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과 행정의 연속성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시 운전을 시작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던 제가 구례, 장성, 해남 등 호남지역의 산과 논 곳곳에 있는 어도 중 총 114개를 3개월 간 찾아나가는 과정에선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진심을 다해 취재했던 이번 기획 시리즈를 통해 평소 개인이나 지자체의 관심이 잘 미치지 못하는 생태 기반 시설의 중요성을 환기할 수 있어서 정말 뜻깊었습니다.
“큰 물을 바꾸려면 결국 자잘한 물고기들이 있는 작은 물부터 바꿔야 한다”는 한 주민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매 순간 온 마음을 다해 듣고, 보고, 쓰며 작은 물부터 바꿔갈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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