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민원사주' 업무방해 아니다" 경찰 결론에 "면죄부" 비판

양천경찰서, 업무방해 불송치·이해충돌 혐의만 검찰 넘겨
방심위 노조 "류희림 강제수사도 없이 결론, 무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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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수사해 온 경찰이 최근 ‘혐의없음’으로 불송치를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류희림 전 위원장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 즉각 재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서울 양천경찰서는 류희림 전 위원장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특정 방송의 심의 민원을 넣으라고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방심위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는 입증되지 않는다며 21일 불송치 처분을 결정했다. 민원 사주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한 신고자를 색출하기 위해 벌인 부당한 감사 등에 대해서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고발한 지 1년 반 만에 나온 수사 결론이다.

자신의 사주로 제기된 민원을 근거로 해당 방송 심의에 참여해 중징계를 결정한 기관장 행위에 업무 방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경찰 판단에 대해 고발 당사자인 언론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언론노조는 28일 성명을 내고 “양천경찰서가 피의자 조사에 머뭇거리는 동안 국민권익위원회는 류희림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행정법원은 이 민원 사주에서 비롯된 방송사들에 대한 제재조치 결정을 속속 취소했다”면서 “국민권익위와 행정법원이 내린 결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이번 무혐의 처분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경찰의 이번 결정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뿐 아니라 법정 제재 권한을 가진 모든 위원회 위원장의 독단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신호”라고 꼬집으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관할 검찰이 양천경찰서에 즉각 재수사를 요청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민원 사주 무혐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방심위지부는 “작년 1월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1년 6개월 동안 방치하다가 이렇게 무책임하게 스스로의 무능을 입증할 줄은 몰랐다”면서 “류희림과 주변인들의 통화기록만 확보해도 민원 사주 여부는 쉽게 밝힐 수 있는 쉬운 수사였다. 공익신고자들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벌어졌던 반면, 류희림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심위지부는 “류희림의 민원 사주 사건은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의 상징이자, 그가 방심위원장직을 버리고 도주한 막장 스토리의 발단이었다. 이는 일선 경찰서가 임의로 무혐의 처분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 어처구니가 없는 결정은 반드시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 전 위원장은 민원 사주 의혹이 제기되고 1년 넘게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버티다가 국회에서 측근의 양심고백으로 비위가 드러나고 국민권익위원회도 이를 인정해 감사원으로 사건을 넘기자 지난 4월 사임했다. 그의 사임원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전날 이주호 당시 국무총리 권한대행에 의해 재가됐으며, 이후 방심위는 50일 넘게 위원장 없이 2인 위원만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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