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문 기자, 국회의원 지역사무실서 취재 중 폭행 당해

치아 깨지고 온몸 타박상 등 부상
폭행 A씨 "몸싸움 벌어진 것" 주장
경기신문 "언론자유 심각하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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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회의원 지역 사무실에서 취재 중이던 기자가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신문지부, 인천경기기자협회 경기신문지회는 자사 기자가 관련된 사태에 “언론자유를 폭력으로 짓밟은 사태에 깊은 분노를 표한다”며 해당 국회의원의 사과와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기신문 18일자 7면 기사.

경기신문사와 노조, 지회 등에 따르면 14일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평택을)의 지역사무실에서 박희범 경기신문 부국장(평택 담당)이 A씨에게 폭행을 당했다. 박 기자는 평택항 부지 특혜 의혹에 대해 이 의원, 측근 인사들의 개입 여부를 취재하기 위해 이날 오전 지역사무실에 방문했다. A씨는 그간 관련 취재에서 수차례 통화가 시도됐던 인물인데, 이날 전화가 연결돼 박 기자와 사무실에서 만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경기신문은 17일 관련 보도 등에서 이후 상황을 전했다. 사무실에 온 A씨는 사무실 사무를 돕는 당원을 내보낸 뒤 문을 잠그고 박 기자와 대화를 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A씨가 “손 풀리면 죽는다”, “너 내가 살인죄 있는 거 모르지” 등 발언을 하고 폭행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에 신고를 하는 박 기자 머리를 화분으로 가격하기도 했다.


어금니가 깨지고 온 몸에 타박상을 입은 박 기자는 구급차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고 23일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박 기자는 이날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가해자가 쌍방폭행이라 주장하며 입원했다는 말을 들었을 뿐 이 의원이나 가해자에게서 아무런 대응이 없다.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있고, 31일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지역사무실에서 폭행을 당한 박희범 부국장 모습. /경기신문

언론노조 경기신문지부와 인천경기기자협회 경기신문지회는 18일 공동 성명에서 “개인 간의 마찰이 아니라, 공적 사안을 취재하던 언론인을 상대로 국회의원 사무실이라는 공공 공간에서 자행된 폭력”이라며 “이병진 국회의원은 피해 기자 및 언론계 전체에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라”고 밝혔다. 민주당 당 차원의 진상 조사, 해당 사무실의 조직적 책임 규명을 요구하며 “수사당국은 해당 사건을 단순 쌍방 폭행으로 축소하지 말고, 공공기관 내 위력 범죄 및 언론자유 침해 사안으로 철저히 수사하라”고도 했다.


경기신문은 보도와 사설을 통해 A씨가 “이 의원의 측근”이고, “평택지역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란 의혹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 경기신문은 21일 사설에서 “이 사건이 단순한 폭력 사건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지역 정치권력-브로커-폭력배 간의 유착이라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며 “따라서 박 부국장이 취재 중이던 평택항 부지 관련 특혜 의혹도 소상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기자가 무자비하게 폭행당함으로써 언론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당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실 측은 “이유가 어쨌든 지역사무실 내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다친 사람이 나오는 폭행사고가 발생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폭행과 지역사무실을 연관 짓는 덴 당혹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실 지역 보좌관은 24일 통화에서 “사무실에 CCTV도 없어서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지 못하지만 외부행사에 다녀오던 길에 연락을 받았고 급하게 와보니 정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양쪽이 모두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서 경찰에서 쌍방폭행으로 조사한다는 얘기 정도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지역사무실에서 두 분이 미팅을 하겠다고 사전에 묻거나 허락을 득한 바가 없었다. 지역사무실을 책임지는 저와 아무런 조율없이 무작정 와서 여기서 그러다보니 저희로서도 당황스러울 따름”이라고 했다. 이 의원과 A씨 관계에 대해선 “당선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란 얘기 정도를 했고, ‘측근’이라곤 말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계속 의원실과 엮는 보도가 나가는 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 의원실에선 A씨에 대해 당원이었으나 이번 일로 출당 조치를 했고 이 의원과 특별한 관계는 아니라고 언론보도를 통해 전한 바 있다.

14일 사건 발생 현장에서 화분이 깨진 모습. /경기신문

A씨에게선 24일 수차례 연락 시도 끝에 '명함을 부탁드린다', '확인 후 연락드리겠다'는 문자만 왔을 뿐, 끝내 통화 등 연결이 되지 않았다. 25일엔 전화기가 아예 꺼져 있었다. 다만 17일 JTBC ‘사건반장’과 통화에서 A씨는 “안 오면 지금 폭탄을 터뜨릴 것이다 협박을 해서 (사무실에) 갔던 것”이라며 “좋게 이야기하고 빨리 끝내려고” 문을 잠갔다고 했다. 자신도 목을 졸렸고 “한 번도 주먹질 한 적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또 “의원실에서 경찰 부르는 얘기가 나올까봐 그 전화를 좀 뺏고 싶었다. 그 상황에서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화분이) 부서”졌고 “뺏는 와중에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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