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기 강행된 공영방송 이사·사장 해임 처분으로 인한 법적 분쟁이 새 정부 출범 후 이재명 대통령의 항소 취하, 상고 포기 결정으로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대통령을 피고로 제기된 언론계 소송은 정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공영방송 이사·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와 형사소송, 방송통신위원회가 당사자인 해임 취소 소송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산적해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 등 지난 정부에서 해임 처분을 받거나 수사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이들 인사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를 향해 “형사 소송으로 인해 장기간 고통 받고 있는 언론인들과 방송관계자들의 재판이 조속히 종결될 수 있도록 공소취소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행정적 법률적 수단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방송장악 피해자 소송 현황’에 따르면, 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공영방송 임원 해임 및 임명 관련 행정소송과 형사소송 등 본안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총 12건이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TV조선 점수조작 의혹 관련 위계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으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기소 직후인 2023년 5월 윤 전 대통령은 ‘정상 직무 수행 불가’를 이유로 한 전 위원장에 대해 면직안을 재가했는데 한 전 위원장이 제기한 면직 처분 무효 소송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같은 시기, TV조선 점수조작 의혹 관련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방통위 전 방송정책국장 등 2명도 불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 형사소송 재판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으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시춘 이사장의 경우 현재 3차 공판까지 재판이 진행됐다. 남영진 전 이사장에 대해서도 2023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확인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이첩한 바 있다. 남 전 이사장은 지금까지 검찰 조사를 세 번 받았다고 밝혔다.
한상혁 전 위원장,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남영진 전 이사장, 김의철 전 KBS 사장, 권태선 이사장, 유시춘 이사장 등 21명이 이름을 올린 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당시 공영방송 이사들에 대한 해임 조치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격적이고 폭력적으로 이뤄졌다”며 “해임 사유는 구체적인 사실이나 명확한 증거 없이 왜곡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된 것에 불과했으며, 이는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검찰, 경찰 등 모든 권력기관을 총동원한 정권 차원의 조직적 조치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과 방통위를 중심으로 상소와 소송을 계속 이어가며 사실상 보복성 대응을 지속했다”며 “이에 따라 우리는 수년 째 각종 수사와 재판에 시달리며 심각한 물질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언론계 인사는 이재명 정부에 △1심 판결에서 해임 부당성이 인정된 사건에 대해 항소나 상고와 같은 불필요한 법적 대응 중단 △1심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사건에 대해선 해임 처분 철회로 소송 종결 △형사소송 재판 공소취소 검토 △행정소송 관련 방통위원장을 지휘할 수 있는 법무부장관, 대통령의 신속 지시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 국정조사 및 검찰 수사 등 5가지 조치를 요구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한 건 대통령실에서 전향적으로 소송과 항고를 취하하고 있지만 방통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송은 방통위가 취하를 해야 하는데 방통위 (위원) 구성이 현재 제대로 안 되어 있어 취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 자신도 경찰 조사 대상이고, 감사방해 수사를 받다가 중단된 상태다. 이 불합리한 상태에 대해 이재명 정부의 결정으로 전향적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