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기자들, 통일교 재단에 "편집권 침해 말라" 성명

특검 압수수색 비판하는 기고 부장단 회의 없이 초판 1면 게재
기자들 항의로 2판부턴 오피니언면행…"재단 기관지 전락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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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압수수색에 들어간 18일 서울 용산구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서울본부 로비에 故 문선명 총재와 한학자 총재의 사진이 걸려 있다. /뉴시스

세계일보 기자들이 사주의 편집권 침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 지회는 23일 ‘세계일보 편집권을 침해하는 부당한 간섭에 반대한다’ 제하의 성명을 발표하고 “편집권을 침해하는 재단의 행태에 반대한다”며 “재단은 세계일보를 이용하려는 행태를 멈춰라”고 경고했다. 세계일보의 최대주주는 통일교 종교단체인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유지재단이다.

지회에 따르면 23일자 세계일보 초판 1면엔 3단 분량의 특별기고가 실렸다. 김민지 한국평화종교학회장 선문대 교수의 기고문으로 ‘특검의 과잉수사, 마녀사냥 안 된다’는 제목의 글이었다. 해당 기고는 1면 기사 중 가장 큰 분량이었으나 편집부장단 회의라는 정식 절차를 밟지 않고 갑자기 게재됐다. 이에 지회가 항의해 2판부턴 26면 오피니언면으로 밀렸다.

해당 기고문은 22일 온라인에 먼저 실린 뒤 23일자 신문 초판 1면에 게재됐다가 기자들의 항의로 2판부터는 오피니언면(26면)으로 옮겨졌다.

지회는 해당 기고와 관련 “법치주의 사회에서 위법사항에 대해 마땅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법원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을 망신주기로 연결시키고, 코로나19 당시 신천지 탄압을 사안의 성격이 다른 특검 수사와 비교하는 등 근거 없는 주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며 “세계일보의 얼굴이 훼손당했다”고 지적했다. 또 “편집인은 일련의 과정이 재단의 의중과 관계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기자들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회는 10일 총회를 열고 편집권을 적극 보호하기로 뜻을 모았다. 김건희 특검이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 통일교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재단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지회는 15일엔 편집인, 편집국장과 만나 편집권 보호 조항을 문서 형태로 공유했다. 이 자리에선 ‘재단 입장은 직접 인용 방식으로 실어야 한다’, ‘기획취재나 팩트체크란 이름으로 재단 입장에 서는 취재 지시는 거부한다’는 내용 등이 공유됐다.

지회는 “그럼에도 편집인과 편집국장은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없이 특별기고를 1면에 실었다”며 “지회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지회는 그간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상해 수차례 편집인, 편집국장과 논의했다. 세계일보가 재단의 기관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며 “하지만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고 있고, 재단에 대한 특검의 압수수색 이후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총회를 통해 뜻을 모았던 지회의 약속조차 헌신짝처럼 여겨진다면 향후 예정된 총재 소환조사 등 수사 국면에서 재단의 무리한 요구는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세계일보 위상은 급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회는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세계일보는 사주가 재단이지, 재단을 위해 운영되는 기관지가 아니며, 국민의 알 권리를 사명으로 삼아 진실을 찾는 언론사”라며 “만약 우리의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편집인, 편집국장 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 또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편집권 독립을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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